“마약인지 몰랐다” 통관번호 제공 30대, 필로폰 밀수 혐의 ‘무죄’

법원 “합리적 의심 배제 수준 증명 부족” 판단

 

라오스에서 필로폰을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제공한 행위만으로는 마약 수입에 대한 고의와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지인 B씨 등과 공모해 라오스에서 액상 필로폰 약 4778mL를 국내로 밀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배송업체 사이트에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입력해 국제 배송을 진행한 점 등을 근거로 공모 관계를 주장하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반면 A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개인통관고유번호를 빌려줬을 뿐, 해당 물품에 마약류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역시 고의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마약 밀수 사실을 인식했다면 신원이 특정되는 개인통관고유번호를 그대로 제공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당시 주고받은 대화 내용과 수취지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경위 등을 보면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당 물품은 피고인의 거주지인 부산이 아닌 제주로 배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범행을 공모했거나 필로폰 수입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개인통관고유번호 제공 행위만으로 필로폰 수입 범행의 공모 또는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며, 고의와 공모와 같은 주관적 요소 역시 엄격한 정황 증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단순히 통관번호를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수입 범행에 가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경우에 따라 수입을 용이하게 한 방조로 평가될 여지는 남아 있다.

 

유사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통관번호 제공이나 수취 관여만으로는 부족하고, 대화 내용·역할 분담·수익 관계 등 구체적인 범행 관여 정황이 입증돼야 공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선고 직후 A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