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 제5조의4의 상습적인 절도·강도 등 특정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확고한 합헌 판례 동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상습절도 혐의 가중처벌을 다룰 때 이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상습절도 사건에서는 이 사건이 과연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정한 엄격한 구성요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가 형법상 누범가중에 대한 특칙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범죄유형을 규정한 구성요건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8947 판결). 이는 검사가 이 조항으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요건 요소들을 모두 엄격하게 증명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호인은 다음 사항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3회 이상 징역형’이라는 전과 요건의 충족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매우 까다롭게 판단하며, 법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전과는 산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형이 실효된 전과는 ‘징역형을 받은 경우에 포함되지 않으며(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도8021
재판받는 당사자들과 만나다 보면 이들의 억울함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사기관은 모든 증거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그 내용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편집하여 제출한다. 반면 수사 대상인 피의자는 고소장과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외에는 거의 모든 증거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피고인에게는 검사의 기소 이후에야 비로소 증거기록 전체를 열람할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수사기관이 구축한 증거 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 형성된 법관의 초기 심증 역시 일정한 방향성이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서 방대한 기록을 분석하고 그 허점을 찾아내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일은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개인에게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단순한 서면 반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변호인의견서나 준비서면을 통해 논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인식을 전환시키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법관으로 하여금 기존 기록만으로는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 중심에 놓이는 절차가 바로 증인신문이다. 증인신문이 공판절차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서면
최근 도입된 이른바 '사법개혁 3법'-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 법왜곡죄(형법 개정), 대법관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은 사법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법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를 들여다보면, 개혁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위험 요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먼저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확정판결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재판소가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던 영역을 일반 재판까지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겉으로 보면 사법 통제 장치를 강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구제보다 ‘희망 고문’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문턱은 낮아졌지만, 인용 요건은 여전히 엄격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청구는 폭증하고, 실제로 구제되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치
성범죄 사건에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 진술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사건도 있고 무죄를 뒷받침할 정황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피해자의 대응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비정형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짚어야 할 개념이 ‘성인지 감수성’이다. 대법원은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판결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이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존재한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행동을 일반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하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 법리는 분명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피해자가 범행 직후 가해자에게 평온한 메시지를 보냈다거나 신고가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을 배척하는 것은 성범죄 피해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사건마다 다르며 일정한 유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도 여
“피해자 진술 말고는 아무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유죄가 나올 수 있습니까?” 성범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자주 제기하는 질문이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명확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 판단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원 역시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대응 방식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방식이 피해자의 성격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사건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범행 이후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인 통념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9. 7. 선고 2020도8016 판결).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된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허위 진술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면 신빙성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한 문장이 누군가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한 가지 현실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법률 상담에서 “이길 수 있나요”라고 묻지만, 그 질문의 본질은 결국 “지금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느냐”에 가깝다. 분쟁은 대개 법률문제로 시작하지만 곧 생활 전반으로 확산된다. 거래 갈등은 사업 운영을 흔들고, 형사 절차는 직장과 가족관계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래서 법적 대응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과정이 아니라 일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복잡하지 않다. 불확실성을 줄이고, 손해를 최소화하며, 과도한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분쟁이 초기 대응의 부재나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확대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계약 분쟁에서는 구두 약속이나 관행에 의존한 거래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납품, 검수, 하자 통지 등 기본적인 절차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으면 분쟁이 장기화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최소한의 문서화와 시간 순서 정리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라고 지적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변호인을 찾는다. 이미 법정구속이 되었거나 항소심을 앞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선택의 여지도 크지 않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말이 있다.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이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은밀한 공간에서 발생했다고 주장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 외에 목격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도 적지 않다. 객관적 물증이나 영상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사건에서는 결국 피해자 진술이 판단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재판 실무에서도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유지될 경우 신빙성이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 수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까지 내용 변화가 크지 않다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1심 판결문 상당수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는 진술의 일관성과 사실의 객관적 가능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기준은 단순한 개연성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다. 따라서 사건 당시의 물리적 환경과 행위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결국 강제성 여부다. 상대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일상의 관심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선다. “오늘 학교는 어땠는지”, “힘든 일은 없었는지”를 묻는 평범한 대화는 아이의 생활을 지켜보는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가 구속 상태에 놓일 경우 이러한 역할은 사실상 중단된다. 문제는 그 공백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난다는 점이다. 최근 교정시설 수용자 상담 과정에서는 자녀가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구속 상태에서는 학교 방문이나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 초기 대응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 절차는 보호자의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된다. 사실관계 조사, 진술서 작성,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부 여부 판단 등 주요 절차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보호자 부재가 곧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심의위원회의 판단 역시 과거보다 엄격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정적 대응이나 소극적 대응은 오히려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구속된 부모의 경우 무엇보다 ‘대리 보호자 지
“변호사님, 저는 정말 고액 알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걸 꿈에라도 알았겠습니까?” 구치소 접견실의 차가운 정적 속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절규다. 대개 경제적 곤궁 속에서 ‘채권 회수 업무’나 ‘단순 현금 전달’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진 이들은 1심에서 ‘사기죄’ 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이라는 무거운 판결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빠진 덫의 깊이를 깨닫는다. 변호사로서 그들의 눈을 마주하다 보면, 억울함 뒤에 숨겨진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한순간에 피고인이 된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각보다는 뒤늦게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는 억울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는 피해 금액의 규모, 현금 수거 장면이 담긴 CCTV, 송금 내용과 이동 동선이 정리되어 있다. 법정은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그러한 객관적 정황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피고인의 절박한 호소는 차가운 증거의 벽에 가로막히곤 한다. 법정은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이다. 현장에서 피고인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지점은 ‘고의성’이다. 본인은 정말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
얼마 전 경찰 여청수사팀에서 근무 중인 경찰대 동기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평소보다 긴장된 목소리였다. “이번 사건은 폭행과 협박이 명확한 강간 사건이야.” 그 한마디에 수사관으로서의 무게가 전해졌다. 명백한 폭력과 강제성이 동반된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은 형사사법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런 사건일수록 수사관들은 더욱 신중하고 단호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하는 성범죄 사건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물리적 폭행이 분명한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관계의 해석, 동의의 범위, 당시의 상황 인식 등을 둘러싼 다툼이 쟁점이 되는 사건들이 많다. 변호사로서 체감하기로는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 관련 상담이 크게 증가했다. 상담 사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는 명백한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사안도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분쟁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관계의 기억이 달라지거나 사후적 감정 변화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와 재판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선다.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를 예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