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집을 찾아가 순금 목걸이를 감정해주겠다며 건네받은 뒤, 미리 준비한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해 챙겼다면 절도일까, 사기일까. 피해자를 속여 물건을 넘겨받았다는 점만 보면 사기처럼 보이지만, 법원은 이를 절도로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5단독은 절도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2025년 9월 부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피해자의 순금 목걸이를 감정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해당 목걸이는 시가 약 1600만원 상당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이용해 진품을 주머니에 넣고, 미리 준비한 도금 목걸이를 식탁 위에 올려둔 뒤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행이 사기가 아닌 절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 기준은 피해자의 ‘처분행위’ 여부다. 대법원은 기망으로 피해자의 처분행위를 유발해 재물을 취득한 경우 사기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점유를 배제하고 재물을 취득한 경우 절도로 본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목걸이를 처분하거나 이전할 의사가 아니라 단순히 감정과 확인을 위해 일시적으로 맡긴 것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를 이용해 진품을 가져가고 가짜를 남겼다. 재판부는 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점유 침탈로 판단했다. 결국 처분행위가 아닌 점유 배제가 이뤄졌다고 보고 절도죄를 적용했다.
유사한 판례에서도 귀금속 감정이나 매매를 가장해 진품을 모조품으로 바꿔치기한 경우 절도죄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피해자가 기망에 속아 스스로 재물을 교부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재판부는 “사전에 모조품을 준비하는 등 계획성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사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해품이 반환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해자가 물건을 넘겨준 형식만 보면 사기로 오해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처분행위가 있었는지’가 기준이 된다”며 “단순한 감정이나 보관을 위한 교부에 불과한 경우에는 점유를 침탈한 것으로 평가돼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