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리얼돌, 외형만으로 통관 보류 위법…사용 목적·주체 따져야”

“인간 존엄성 훼손 수준 아냐”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의 외형만을 이유로 수입 통관을 일률적으로 보류한 세관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유통업체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사는 2020년 3월 리얼돌 수입을 신고했으나 세관이 통관을 보류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리얼돌이 관세법상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관세법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해당 물품에 대해서는 통관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9년 유사 사건에서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1·2심과 마찬가지로 유통업체의 손을 들어주며, 사용 목적과 주체 등에 대한 조사 없이 물품의 외관 검사만으로 통관을 보류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성적 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거나 묘사해 음란성을 띠는 경우, 또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사실적으로 본뜬 성행위 도구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볼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벗어나 유통·사용될 경우에는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세관장이 ‘풍속을 해칠 우려’를 이유로 통관 보류 처분을 하려면 수입 목적, 사용 주체, 사용될 공간과 환경, 사용 방법 등을 조사해 구체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에 대해 여성의 신체를 비교적 자세히 표현하고 있으나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정도의 노골적인 표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물품이 수입 후 유통돼 사적인 공간 외에서 사용될 경우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세관이 수입 목적과 사용 주체 등 ‘풍속을 해칠 우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구체적 근거를 조사하지 않은 채 외관 검사만으로 통관을 보류한 점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