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예술로”…백남준, 25년 만에 고국서 개인전

미공개작 공개…기술과 인간의 융합을 재조명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개인전 ‘리와인드(Rewind) / 리피트(Repeat)’가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오는 5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의 타계 이후 25년 만에 고국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미공개작을 포함한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여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다시금 조명한다.

 

1일 APMA 캐비닛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전시의 의미와 주요 작품이 소개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갤러리 가고시안이 백남준의 작품과 저작권을 관리하는 공식 기관인 백남준 에스테이트와 손잡고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시는 백남준이 평생 추구한 ‘전자기기의 인간화’와 ‘미디어의 확장성’을 핵심 주제로 삼는다. 주요 출품작인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1969)는 첼리스트 샬롯 무어만을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연주 소리에 따라 TV 화면이 반응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기술과 인간 신체의 결합을 보여준다.

 

또한 빈티지 라디오를 개조한 ‘베이클라이트 로봇’(2002), 고대 영성과 현대 기술의 대치를 상징하는 ‘골드 TV 부처’(2005) 등 백남준의 연대기를 관통하는 상징적 작품들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작이 최초로 선보인다. ‘미디어 샌드위치’(1961~1964)는 음악 작곡에서 전자매체 설치로 전환하던 시기의 실험을 담아내며, 백남준의 예술적 기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을 기리는 헌정작, 목재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군이 포함돼 그의 폭넓은 예술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백남준의 양아들이자 조카인 켄 하쿠다는 기자간담회에서 “백남준은 커뮤니케이션의 힘을 믿었다”며 “사람들이 서로 소통한다면 화합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촌은 TV를 사랑했지만 정작 좋은 기기를 고집하지 않았고, 시청 중 자주 잠들곤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백남준은 1950년대부터 텔레비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오늘날 디지털 문화를 예견한 선구자로 평가된다.

 

그는 “비즈니스야말로 가장 세련된 양식의 예술”이라며 기술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이번 전시는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현대적 건축 공간에서 열려 새로운 기술이 문화를 형성하는 현재 시점에 그의 선견지명이 어떤 울림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백남준 에스테이트는 작가의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데만 10년을 들였으며, 작품 보존 과정에서 내부 모니터 등은 최신 기술로 대체하는 유연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켄 하쿠다는 “에스테이트의 최종 목표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세계적인 미술관에 안착해 영구히 사랑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