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실제로 송달받지 못해 재판에 출석할 기회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면, 구제 방법은 없을까.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방어권 행사 기회가 박탈된 경우 재판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고인의 소재가 6개월 이상 확인되지 않을 경우 일정 요건 아래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불출석 재판’이다.
다만 이러한 절차로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피고인이 소환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진다. 단순한 재판 회피가 아니라 송달이 이뤄지지 않아 출석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방어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사기 혐의로 기소됐으나 공소장 부본과 소환장 등을 송달받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소재가 6개월 이상 확인되지 않자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했고, 2024년 3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후 검사가 양형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기각했고 판결은 같은 해 8월 확정됐다. A씨는 판결 확정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형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 경우 피고인이 활용할 수 있는 구제 수단으로는 특례법상 재심이 있다. 같은 법 제23조의2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못한 경우, 판결이 있었음을 안 날부터 14일 이내 1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재심이 개시되면 형의 집행도 정지된다.
아울러 상소권 회복을 통해 상고를 제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이 특례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면 재심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형사소송법상 파기 사유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사만 항소한 경우에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1심 유죄 판결 이후 검사가 항소했으나 항소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도 피고인이 책임 없는 사유로 1·2심 모두 출석하지 못했다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A씨 역시 뒤늦게 “2심 판결 선고 시까지 소환장 등을 전혀 송달받지 못해 판결 확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판에 출석하지 못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그 상태에서 이뤄진 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정은 특례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하며 재심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상소권 회복을 통해 상고가 제기된 경우 형사소송법상 파기 사유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1심과 2심 모두 피고인이 책임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경우에는 재심 규정을 유추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실제로 피고인이 공소장이나 소환장을 제대로 송달받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 경우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만큼 재심이나 상소권 회복 절차를 통해 구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순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출석하지 못한 데에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없었다는 점을 자료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