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받는 당사자들과 만나다 보면 이들의 억울함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사기관은 모든 증거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그 내용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편집하여 제출한다. 반면 수사 대상인 피의자는 고소장과 자신이 진술한 피의자신문조서 외에는 거의 모든 증거에 접근이 불가능하다.
피고인에게는 검사의 기소 이후에야 비로소 증거기록 전체를 열람할 권한이 부여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수사기관이 구축한 증거 구조는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되어 있고, 그 위에 형성된 법관의 초기 심증 역시 일정한 방향성이 생긴다.
이러한 상태에서 방대한 기록을 분석하고 그 허점을 찾아내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일은 전문적인 법률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개인에게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다.
따라서 단순한 서면 반박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변호인의견서나 준비서면을 통해 논리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인식을 전환시키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요구되는 것은 법관으로 하여금 기존 기록만으로는 유죄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결정적 장면’이다.
그 중심에 놓이는 절차가 바로 증인신문이다. 증인신문이 공판절차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서면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판사의 눈앞에서 구현하고,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면 기록은 정제된 형태로 사건을 전달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요소가 생략되고 정리된다.
반면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증언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정보다. 말의 속도, 망설임, 표현의 변화, 예상치 못한 답변 등은 기록으로 환원되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법관은 이러한 과정을 직접 관찰하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점에서 증인신문은 수사 단계의 피의자신문과 구조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다. 피의자신문에서 피의자는 수사기관이 설정한 질문 틀 안에서 수동적으로 응답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정이라 하더라도 질문이 주어지지 않으면 진술할 기회 자체가 제한된다.
그러나 공판정에서의 증인신문은 전혀 다른 구도로 전개된다. 변호인이 설계한 질문에 따라 증인이 답하게 되며, 질문의 흐름과 방향 역시 방어 전략에 맞춰 구성된다. 더욱이 증인은 법정에서 허위 진술을 할 경우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적 부담을 안고 출석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긴장을 넘어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특히 수사 단계에서 과장되거나 부정확한 진술을 한 증인의 경우, 법정에서는 그 부담이 배가된다. 진술을 유지하려 할수록 모순이 드러날 위험이 커지고, 이를 수정하려 할 경우 기존 진술과의 불일치가 노출된다.
결국 증인신문의 본질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법정에서 드러내는 데 있다. 교차신문 과정에서 반복되는 질문과 세부 확인을 통해 진술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고, 그 차이는 점차 명확한 모순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모순은 단순한 말의 불일치를 넘어, 사건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흔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진술조서, 고소장, 참고인 진술, 수사보고서 등 기록 전반을 면밀히 검토하여 진술의 흐름과 변화 양상을 분석해야 한다.
어떤 부분에서 기억이 흔들리는지, 어떤 대목에서 표현이 달라지는지, 무엇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무엇이 변형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위에 질문의 구조를 설계해야 비로소 효과적인 신문이 가능해진다.
질문 방식 역시 전략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초반에는 비교적 부담이 적은 사실 확인 질문을 통해 증인을 안정시키고, 점차 구체적이고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로 접근해 나간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증인이 스스로 진술의 모순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외부에서 강하게 압박하기보다, 내부에서 균열이 발생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증인이 답변을 주저하거나 기존 진술과 다른 내용을 말하게 되는 순간, 법관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확신으로 굳어가던 판단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에서 합리적 의심이 형성된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단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균열은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판단의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특히 1심에서 충분한 방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라면, 항소심에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주장이나 해석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심증을 뒤집기 어렵다.
오히려 증인신문을 통해 기존 기록의 신뢰도를 흔들고, 판단의 기초 자체를 재검토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이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에 대한 법률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