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요구 알리려 1인 시위”…명예훼손 기소된 60대 간병사 무죄 왜

“불법 사실 알리려 했다면 명예훼손 표현도 공익 목적 땐 처벌 안 돼”

 

간병사 알선센터장의 부당한 금전 요구와 폭언을 알리겠다며 1인 시위에 나섰던 60대 간병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켓에 적힌 내용이 진실한 사실에 해당하고 시위 목적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봤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 고범진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63)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춘천시 한 대학병원에서 간병사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1월 20일부터 이틀 동안 병원 건물 밖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당시 A씨는 간병사 알선센터장 B씨가 지위를 이용해 간병사들로부터 뒷돈을 받았고 돈을 주지 않은 일부 간병사에게는 일을 주지 않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B씨가 나이가 많은 간병사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일로 A씨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의 1인 시위가 B씨를 비방하기 위한 행위였는지 아니면 간병사들의 피해를 알리기 위한 공익적 문제 제기였는지였다.

 

형법 제310조는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대법원도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맞으면 세부적인 차이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진실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봐왔다. 또 공공의 이익에는 국가나 사회 일반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켓에 적힌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시위에 나선 동기와 목적도 병원 간병사들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관련자 진술과 금융거래 기록 등을 근거로 B씨가 규정에 따른 간병인 알선비를 넘어선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간병사들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켓의 주된 내용은 B씨의 부당한 행태와 언행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센터장으로서의 적격 여부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고 센터 소속 간병사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A씨가 B씨의 퇴사 요구로 일을 그만두게 된 데 불만을 품고 시위에 나선 측면이 있더라도 무죄 판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개인적 동기가 일부 섞여 있었다고 하더라도 센터장과의 관계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간병사들의 피해를 줄이려는 공익적 목적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켓 시위의 내용이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낮출 수 있는 사실 적시에 해당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이고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간병사 알선센터의 금품 수수나 업무 배정 문제는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을 넘어 해당 센터 소속 간병사들의 근로 환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행위자에게 개인적 불만이 일부 있었다고 해도 주된 목적이 취약한 지위에 있는 종사자들의 피해 예방과 제도 개선에 있었다면 공익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