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이 치즈돈가스를?”…강력범 AI 밈 확산에 2차 가해 우려

신상 공개 범죄자 얼굴·음성 합성 영상 잇따라
범죄 희화화에 피해자·유족 고통 재자극 지적

 

신상 공개된 강력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식사를 하거나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 범죄자를 희화화하거나 오락 콘텐츠처럼 소비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는 조주빈, 이은해, 유영철, 강호순, 오원춘, 정유정 등 강력범죄자의 얼굴과 음성을 AI로 구현한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 영상은 ‘교도소 근황’, ‘교도소 식사’ 등의 제목으로 공유되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 속 인물들은 실제 범죄자가 아닌 AI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다. 그러나 신상 공개 당시 알려진 얼굴과 사진 자료, 음성 등을 바탕으로 제작돼 실제 인물처럼 보이도록 연출됐다. 일부 영상에는 죄수복을 입은 범죄자가 카메라를 보며 웃거나 교도소 식단을 두고 농담을 던지는 장면도 담겼다.

 

 

박사방 사건 주범 조주빈을 흉내 낸 AI 인물은 “오늘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돈가스가 나왔다. 이러니 살을 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를 구현한 영상에서는 “된장국에 돼지갈비찜이 나왔는데 식재료가 중국산이라 맛없다”는 식의 불평이 등장한다.

 

고유정을 흉내 낸 AI 인물은 “오늘은 뭘 먹었느냐”는 질문에 “샐러드와 수프가 나왔다. 하루 세 끼나 주니까 아침은 거의 안 먹는다”고 답한다.

 

이 같은 영상은 실제 사실과 무관한 허구 콘텐츠지만 온라인에서는 ‘밈’ 형태로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은해 사진에 “계곡 갈래?”라는 문구를 합성한 조롱성 이미지가 유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단순 합성을 넘어 음성, 표정, 움직임까지 재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성 강력범죄자를 한데 묶어 만든 AI 화보도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은해, 정유정, 고유정, 김소영, 엄인숙 등 신상이 공개된 여성 범죄자들을 번호순으로 배치한 이미지가 공유됐다. 일부 영상 플랫폼에서는 이들이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형태의 AI 영상도 퍼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가 범죄를 가볍게 소비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강력범죄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여전히 고통스러운 사건이다. 그러나 가해자를 농담과 유행의 소재로 다루는 과정에서 사건의 폭력성과 피해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의 얼굴이 반복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통해 실제처럼 말하고 움직이는 모습까지 재현되면 트라우마가 더 커질 수 있다. 범죄자를 조롱하는 형식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건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2차 가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AI로 특정 강력범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해 실제처럼 보이는 허위 영상을 게시하는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교도소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오늘 식단이 무엇인지’처럼 시간과 상황이 특정된 내용은 단순 풍자나 사칭을 넘어 사실관계의 진술로 평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여기에 ‘비방할 목적’이 추가로 요구된다. 따라서 영상의 전체 맥락이 공익적 보도나 비판인지, 단순 조롱과 희화화인지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은 비방할 목적과 공공연한 사실의 적시가 문제된다”며 “AI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실제처럼 표현했다면 명예훼손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상권 침해 문제도 남는다. 신상 공개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얼굴과 음성 등 식별 가능한 정보를 동의 없이 이용해 ‘그 사람인 것처럼’ 영상을 제작하고 공표하는 행위는 인격권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도 초상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공개 목적, 공공성, 필요성,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배 변호사는 “범죄자의 얼굴이 이미 공개됐다는 사정만으로 누구나 이를 오락 콘텐츠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특히 단순한 밈이나 조회수 확보 목적의 영상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얼굴과 음성은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할 수 있다. 범죄경력 관련 정보 역시 민감한 개인정보로 취급될 여지가 있다. 이를 수집하거나 가공해 영상 제작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근거가 없다면 개인정보 처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행 제도상 이 같은 AI 범죄자 콘텐츠를 직접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의 피해 주체는 대체로 범죄자 본인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자나 유족이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에 삭제 요청이나 임시조치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사후 대응에 그친다.

 

기성 매체의 AI 활용 방식도 논란이 된 바 있다. 2024년 LG유플러스 스튜디오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는 AI로 피의자 목소리를 복원해 조서를 읽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 일부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다”, “범죄자의 목소리 재현이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범죄자 AI 밈을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범죄자를 희화화하는 콘텐츠가 반복되면 대중은 사건을 현실의 범죄가 아닌 흥미성 소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조회수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 환경에서는 자극적인 범죄 콘텐츠가 더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AI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상 공개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얼굴과 음성을 무단으로 활용해 가짜 영상을 만드는 행위는 명예훼손, 초상권, 인격권 침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범죄 사건을 오락화하는 콘텐츠에 대한 별도 심의 기준도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