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재민 변호사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 없다…법과 증거로만 판단해야"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사법부 신뢰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는 상황은 언제나 사회적 관심과 정치적 논쟁을 동시에 불러온다.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역시 헌정사와 법치주의의 의미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권력자라 하더라도 법 앞에서 예외가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갈등을 넘어 제도적 성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년간 판사와 법무부 공무원으로 근무한 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JM파트너스 정재민 대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을 “여론이나 정치적 분위기가 아니라 법과 증거에 따른 판단이 이루어지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 때문에 더 엄격하게 보거나 반대로 특별히 관대하게 볼 이유도 없다”며 “일반 형사 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의 신뢰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또 최근 형사 사건의 특징으로 보이스피싱과 투자 사기 같은 구조적 범죄의 증가를 꼽으며 “형사 재판이 단순한 처벌을 넘어 피해 회복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문제까지 함께 다루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재민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 헌정사나 법치주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A.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는 상황 자체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습니다. 국가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원칙이 다시 확인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런 사건이 단순한 정치적 갈등의 소재로 소비되기보다는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성숙하게 다져가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일수록 법의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차분히 보여주는 것이 사법부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Q. 이번 사건에서는 특히 내란 혐의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분위기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일수록 재판부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판사는 법정 안에서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을 듣고 증거를 검토해 판단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법정 밖에서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지, 어느 쪽의 목소리가 더 큰지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또 피고인의 지위 때문에 기준이 달라져서도 안 됩니다. 더 엄격하게 보거나 반대로 특별히 관대하게 볼 이유도 없습니다. 일반 형사 사건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 신뢰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윤 전 대통령 재판이 정치적 논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사법부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A.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분위기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재판부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원칙에 충실해야 합니다.

 

재판은 법정 밖의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법정 안에서 제출된 증거와 법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또 피고인의 지위 때문에 판단 기준이 달라져서도 안 됩니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더 엄격하게 보거나 반대로 특별히 관대하게 볼 이유도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법치주의의 핵심이며, 그런 원칙이 지켜질 때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사건일수록 판결 결과뿐 아니라 판단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떤 법리와 증거에 근거해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투명하게 밝힌다면 결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더라도 최소한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력형 범죄에 대한 논의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권력형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A. 과거에는 권력자에 대한 수사나 처벌 자체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고위 공직자와 관련된 사건일수록 수사가 흐지부지되거나 처벌이 약하게 끝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고 시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정치적 논쟁이 따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논쟁 자체가 법치주의와 권력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권력형 범죄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는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 같은 생활 밀착형 범죄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의 흐름을 어떻게 보십니까?


A. 최근 형사 사건의 특징은 범죄 유형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폭행이나 절도처럼 비교적 단순한 사건이 많았다면 지금은 온라인과 해외 조직이 결합된 구조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이나 투자 사기의 경우 범행 구조가 매우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조직의 윗선은 해외에 있고 국내에는 단순 가담자만 남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역할 분담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피해 규모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사건도 많아지면서 피해 회복이나 합의 문제가 재판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단순 전달책이나 인출책 같은 하위 가담자도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제 재판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판단합니까?


A.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조직의 윗선과 하위 가담자의 역할이 구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단순히 전달책이었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에서는 범행 구조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범행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최근에는 범죄 피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위 가담자라고 하더라도 범행 구조를 인지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비교적 무거운 처벌이 내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Q. 형사 재판에서 합의나 공탁이 양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A. 피해 회복은 형사 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양형 요소입니다. 특히 사기나 보이스피싱처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를 얼마나 회복했는지가 재판부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공탁 등을 통해 피해 변제를 시도한 사실 역시 일정 부분 반영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절차보다는 실제로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최근 사기 범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최근 사기 범죄의 특징은 매우 정교해졌다는 점입니다.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급하게 결정을 요구하거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제안을 받을 경우에는 반드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 자신의 명의 계좌나 카드를 타인에게 빌려주는 행위 역시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면 서둘러 판단하기보다 주변 사람이나 관련 기관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