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보내줘” 신체 촬영물로 지적장애 여성 협박한 50대…법원 판단은?

흉기 모양 이모티콘 전송해 위협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 해마다 증가세
장애인 노린 협박, 가중처벌 기준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여성의 신체 촬영물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며 협박한 50대 남성이 항소와 상고 끝에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장애 상태를 인지하고 이를 범행에 이용한 점을 중대하게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원심이 선고한 징역 2년과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5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그대로 이행하게 됐다.

 

A씨는 지난해 1월 4일부터 21일까지 지적장애를 가진 30대 여성 B씨에게 신체 캡처 사진을 전송한 뒤 “5만원을 보내지 않으면 영상을 보여주고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14차례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흉기 모양 이모티콘을 보내는 등 23차례 위협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A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B씨와 교제하듯 지내며 28만원을 주고 신체 촬영물을 받은 뒤, 이를 반환 요구 수단으로 삼아 추가 영상과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적장애로 보호가 필요한 상태인 점, 범행 경위와 방법에 비춰 죄질이 매우 무겁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법원은 취약한 장애인을 노린 유사 범죄에 대해 일관되게 엄격한 판단을 내려왔다. 2023년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조현병 등 정신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유포를 암시하며 스토킹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장애를 인지하고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보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서울남부지법 역시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뒤 나체 사진으로 협박한 사건에서 ‘취약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행’을 불리한 양형 요소로 명시하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발생 건수는 2020년 6983건에서 2024년 1만 6833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4년 기준 피해 유형은 유포 불안 4358건(25.9%), 불법촬영 4182(24.9%), 유포 2890건(17.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정보통신기기와 SNS 확산으로 장애인과 아동·청소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접근과 그루밍·위협이 쉬워지면서 피해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촬영물 이용 협박죄는 실제 영상 보관 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줄 정도의 해악 고지가 있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며 “지적장애 등 자기방어 능력이 낮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행은 양형기준상 가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고 대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메시지·사진·송금 기록 등 증거를 최대한 보존하고, 즉시 수사기관이나 전문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2차 피해를 막는 핵심”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