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가고 싶어서” 살인 이후 ‘하이파이브’…병동은 ‘수수방관’

옆 환자 살인 이후 폭소한 범인들
CCTV에는 만연한 폭력 상황 담겨
응급조치도 안한 병동…조사 ‘거부’

 

지난 2022년 울산 울주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A씨가 다른 환자 2명에게 살해된 사건의 CCTV가 최근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반복된 환자 간 폭력을 방치한 병원 측의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4일 한겨레는 지난 2022년 1월 18일 병실 안에서 목이 졸리고 발로 짓밟힌 끝에 숨진 A씨가 살해 당한 당일 CCTV 상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밤 9시44분 병동 조명이 꺼지자 A씨는 옷을 입지 않은 채 병실 밖으로 나오며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가해자 2명은 A씨를 쫓아나와 제압한 이후 다시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병동 내 실시간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았고, 간호사는 다른 환자들의 신고를 받고도 27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그 사이 A씨는 끔찍하게 살해당했고, 가해자 2명은 범행 직후 복도에서 웃으며 여러 차례 손바닥을 마주치는 이른바 ‘하이파이브’를 했다.

 

A씨가 들것에 실려 나간 시각은 밤 11시47분이었지만, 그 사이 어떠한 응급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경찰 수사와 1심 판결 등에서 가해자들은 “이곳을 나갈 방법이 없었고, 차라리 교도소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의도적으로 살인을 했다고 진술했다.

 

문제는 병동 측의 환자 간 폭력 방임이 일상이었다는 점이다. 반구대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병동이 사람을 치료하는 공간이 아니라 짐승 우리처럼 관리됐다”고 말했다.

 

A씨의 유족 역시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두 가해자만이 아니라 병원 자체”라며 병동이 의료기관으로서 전혀 역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A씨에 대한 폭행은 예외적인 장면이 아니었다. 같은 날 밤 병동 CCTV에는 환자들이 서로를 발로 차고 짓밟거나, 폭행당한 환자가 복도로 쓰러져 나오는 모습이 수차례 포착됐다.

 

A씨를 살해한 가해자 역시 다른 환자 폭행 장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의료진이 개입하거나 상황을 통제하려 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병원 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1월 직권조사를 추진했지만 병원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는 사이 유사한 사고는 반복됐다. 2024년 7월에는 또 다른 지적장애인 환자가 같은 병원의 폐쇄병동에서 동료 환자에게 폭행당한 뒤 수개월 만에 숨졌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살인은 개인의 범죄였지만, 그 범행이 가능해진 조건은 병원의 구조적 방임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보인다”며 “의료기관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