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보러 왔다’며 접근해 여직원 폭행·결박한 30대…법원 판단은?

기절할 때까지 폭행 뒤 현금 갈취
특정강력범죄로 누범 시 가중 처벌
연간 강도피해 중 33%가 ‘상해’

 

월세를 알아보는 손님을 가장해 부동산 중개업소 여직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강도 범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3일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강도상해, 절도, 정보통신망 침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오후 6시 22분쯤 전남 순천시의 한 월세 주택에서 부동산 중개업소 여직원 B씨를 마구 폭행해 두 차례 기절하게 한 뒤 테이프로 온몸을 묶고 현금 2만원과 휴대전화, 승용차 등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같은 날 오후 7시 38분쯤 전남 광양으로 도주한 뒤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려 했지만 비밀번호를 다섯 차례 잘못 입력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또 B씨의 신용카드로 편의점과 주유소 등에서 약 13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도박으로 1억원이 넘는 빚을 지자 범행을 계획했으며, 월세 주택을 보러 온 손님인 척 접근하다 B씨와 단둘이 남게 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광양에서 부산으로 도주하던 중 휴게소에서 긴급 체포됐다.

 

검찰은 1심 선고 직후 “피고인은 비밀번호 오류로 더 큰 범죄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자발적으로 범행을 중단하거나 진지하게 반성한 정황은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대상을 물색했으며, 피해자가 두 차례 기절할 정도로 무차별 폭행했다”며 “범행 후 도주하고 피해자 계좌에서 이체를 시도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판단했다.

 

현행 형법 제337조는 강도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도상해죄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해 누범 등 사유가 있으면 형이 가중될 수 있다.

 

유사 사건에서도 법원은 중형을 선고해왔다. 2023년 대전지방법원은 미용실과 왁싱숍 등에 손님으로 가장해 혼자 있던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연쇄 강도상해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2014년 대구지방법원도 새벽 시간대 혼자 근무하던 10대 여성 종업원을 상대로 식칼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강간을 시도하는 등 반복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한편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4년 발생한 강도 범죄는 474건으로, 이 가운데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건은 33%에 달했다. 범행 동기는 생활비 마련이 25.2%로 가장 많았고 우발적 범행 11.9%, 유흥·도박비 마련 6.1% 순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업소나 편의점처럼 혼자 근무하는 직원을 상대로 한 강도 범행은 범행 대상의 취약성을 이용한 전형적인 계획범죄로 평가된다”며 “피해자가 기절할 정도로 폭행하고 결박까지 한 경우 강도상해의 중대성이 매우 높아 법정 하한형에 가까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주 후에도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좌 인출을 시도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정황은 범행이 일회적·우발적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며 “계획성, 반복성, 범행 후 태도까지 불리한 요소가 중첩되면 항소심에서도 형을 상향하는 등 엄정한 양형이 이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