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는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첫 접견은 맞선을 보는 셈이다. 물론 접견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보다 훨씬 무겁고 절박하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닮은 점이 있다. 첫째, 접견도 맞선도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사람을 고르는 일이다. 둘째, 결혼 생활도 재판도 함께 겪어보기 전에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온전히 알기 어렵다. 셋째, 일단 함께 길을 떠나고 나면 원상태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 문제는 수용자에게 그 선택의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배우자는 여러 번 만나보고 판단할 수 있지만, 구속 상태의 피의자·피고인은 반복 접견을 통해 여러 변호사를 비교하기 어렵다. 시간은 촉박하고, 사건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현실에서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불만은 의외로 단순하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다”, “서면이 부실하다”,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사건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이 모두 변호사 개인의 태도 문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구조적 요인도 작지 않다. 일부 로펌에서는 1~2년 차 변호사가 수십 건, 많게는
구금된 사람에게 변호인은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막상 구금이 되면 변호사를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가족이 나서서 변호사를 알아보고 비용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조건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없거나, 관계가 멀어졌거나,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금은 자유를 빼앗는 동시에 관계와 정보 접근까지 제한한다. 몇 해 전 지방의 한 구치소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중년의 한 피고인이 접견 자리에서 변호를 맡아 달라고 했다. 수임료는 메모를 적어 아내에게 보여주면 바로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아내의 전화번호도 남겼고, 다음 주 다시 접견하기로 약속했다. 구치소를 나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내연 관계를 의심할 만한 통화 녹음 파일을 다수 발견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혼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법적 절차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더 나아가 구치소에 가서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설득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다음 주 접견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약속을 취소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아내와 나눈 대화 내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가는 날이면 늘 같은 길을 지나게 된다. 서초동 사무실을 나와 예술의전당 앞 지하차도를 통과하고 과천을 지나 인덕원역 사거리에서 방향을 틀면 도심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진다. 평소라면 외곽으로 향하는 길에서 가벼운 이동의 느낌이 들 법하지만, 구치소로 향하는 길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교정시설의 정확한 위치는 일반적인 공공시설처럼 널리 안내되지 않는다. 시설의 특성상 보안이 중요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높은 담장과 통제된 출입 구조는 외부 공간과 내부 세계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구치소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단절’이다. 출입 절차를 거쳐 시설 안으로 들어가면 휴대전화나 전자기기 등 개인 물품을 모두 맡기고 별도의 출입 패스를 받아야 한다. 여러 단계의 보안 확인을 통과한 뒤 무거운 철문이 열리고 나서야 내부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문 하나를 지나 들어섰을 뿐인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외부의 시간 흐름과 분리된 듯한 조용함이 느껴지고, 같은 햇빛 아래 있음에도 공간의 공기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훨씬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접견실로 향하는 길에
「쇼생크탈출」의 첫 장면은 20년간 수감된 레드(모건 프리먼 분)가 가석방 심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레드는 가석방 위원들 앞에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이 사회에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신에게 맹세합니다”라면서 간절히 가석방을 희망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입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레드는 또다시 가석방 심사를 받고 10년 전과 똑같은 말을 하지만 결과는 또 ‘기각’입니다. 또다시 10년이 더 지난 뒤 이제 수감생활 40년 차인 레드는 가석방 심사에서 교화되었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냉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교화? 헛소리야! 그것은 정치인들이 꾸며낸 말이야. 당신 같은 젊은이가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낸 말이지. 죄를 뉘우쳤냐고?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소. 옛날의 젊은 나를 만나서 지금의 현실을 말해주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러나 그 젊은 녀석은 오래전 사라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어. 어서 부적격 도장이나 찍고 내 시간을 그만 뺏어.” 그런데 이번에는 가석방이 승인된다. 레드가 가석방을 간절히 원할 때는 ‘기각’되다가 가석방을 체념했을 때 비로소 ‘승인’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