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 사람에게 변호인은 특히 더 중요하지만 일단 구금이 되어버리면 변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든든한 가족이 있으면 예외이다. 가족이 나서서 어떤 변호사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수임료도 내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든든한 가족이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사이가 안 좋거나 경제력이 없을 때도 많다. 언젠가 지방에 있는 어느 구치소에 접견을 갔던 일이 떠오른다. 중년의 남자 피고인이 나를 선임하고 싶다면서 수임료는 자신이 쓴 메모지를 처에게 보여주면 바로 줄 것이라며 처의 전화번호도 알려주고 바로 다음 주에 다시 접견하기로 했다. 나는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처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처는 냉랭한 목소리로 남편 휴대폰에서 내연녀와 통화 녹음 파일을 잔뜩 발견했다면서 오히려 가정법원 판사로도 일했던 나에게 이혼 소송 및 상간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했다. 그 처는 나에게 구치소에 가서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하도록 설득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나는 수임료를 받지도 못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 주에 올 나만 기다리고 있는 피고인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지방 구치소까지 가서 접견을 하며 내가 더 이상 올 수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피의자 접견을 가는 날이다. 서초동 사무실에서부터 차를 직접 운전해서 예술의 전당 앞 지하 터널로 파고들어 과천을 관통한 다음 인덕원역 사거리에서 좌측으로 틀어 의왕으로 향한다. 구치소 주소는 네비게이션이나 인터넷에 나오지 않는다. 전쟁이 터지면 적이 우리나라를 교란시키기 위해 교도소 문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위치는 보안 사항이다. 원래는 서울을 벗어나서 경기도 외곽으로 접어들면 소풍을 가는 것처럼 기분이 들뜨지만, 구치소에 가는 길 위에서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리는 묵직한 자동차처럼 착 가라앉는다. 변호사가 되었다는 것을 가장 실감할 때가 구치소로 접견하러 갈 때다. 접견은 오로지 변호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도, 검사도, 대통령도, 가족도 할 수 없다. 다른 사람들은 차를 타고 가면 구치소 입구를 막고 있는 바리케이트 밖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하지만, 내가 변호사 신분증을 보여주면 바리케이트가 올라가고 차를 구치소 뜰 안에 주차할 수 있다. 수용자(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가족조차 하루에 면회는 10분만 가능하지만 변호사는 원칙상 시간 제한 없이 접견이 가능하다. 주차를 하고 구치소 입구에서 변호인이 들어가는 창구로
「쇼생크탈출」의 첫 장면은 20년간 수감된 레드(모건 프리먼 분)가 가석방 심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레드는 가석방 위원들 앞에서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더이상 이 사회에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신에게 맹세합니다”라면서 간절히 가석방을 희망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입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레드는 또다시 가석방 심사를 받고 10년 전과 똑같은 말을 하지만 결과는 또 ‘기각’입니다. 또다시 10년이 더 지난 뒤 이제 수감생활 40년 차인 레드는 가석방 심사에서 교화되었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냉소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한다. “교화? 헛소리야! 그것은 정치인들이 꾸며낸 말이야. 당신 같은 젊은이가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낸 말이지. 죄를 뉘우쳤냐고? 후회하지 않은 날이 없소. 옛날의 젊은 나를 만나서 지금의 현실을 말해주며 정신 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어. 그러나 그 젊은 녀석은 오래전 사라지고, 이 늙은 놈만 남았어. 어서 부적격 도장이나 찍고 내 시간을 그만 뺏어.” 그런데 이번에는 가석방이 승인된다. 레드가 가석방을 간절히 원할 때는 ‘기각’되다가 가석방을 체념했을 때 비로소 ‘승인’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