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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닙니다

    20년 지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공무원 신분이라 음주 운전만으로도 신분에 큰 타격을 입고, 잘못하면 파면이나 해임이 될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주 운전 사건은 정해진 증거, 즉 음주 측정치 또는 혈액검사 결과 등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증거법상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측정이 안 된 경우라면 며칠 후 경찰에 출석해 혈액검사를 받게 되고 그때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면 다툼이 생기긴 하지만, 단속할 때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 위해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누구든 그런 행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운전 후(정차 후) 186분이 지나고 음주 측정을 해 위반 수치가 나왔는데 무죄 선고가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차 후 술을 사서 먹었다는 변소와 정차 후 술을 샀다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보강되어서였다. 전화 온 친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졸았는데 그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수사 결과 22시 10분까지 술을 마시고 출발하여 운행하다가 22시 30분에 경찰이 출동, 23시 55분경 음주 측정이 됐다고 한다. 측정 결과는 0.041

    • 박세희 변호사
    • 2025-03-26 17:56
  • 억울하게 성범죄자 되지 않으려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법정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변호사이지만 변호사인 나에게도 법정 분위기는 언제나 숨막히게 다가온다. 특히 형사 사건이라면 더 그렇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아동 강제추행으로 수사받고 있었다. 수사관을 포함해 누구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었고, 사건은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 조사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 나는 재판부터 조력을 시작했다. 나는 첫 번째 기일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공개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은 진행되었고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법정에서의 다툼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자료를 검토한 후였지만, 놓친 부분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어 종이가 찢어질 때까지 자료를 검토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민참여재판의 시작, 배심원을 선정하는 시간이 되었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배심원을 어떤 기준에 따라 선정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배심원을 선정하면 증거 조사를 시작한다. 상대 검사의 기세가 몹시 거셌지만, 나 역시 변호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판사님

    • 공은택 변호사
    • 2025-03-24 16:49
  • 성범죄 사건에서 ‘진술’은 어떻게 검토되어야 하나

    성범죄 사건은 그 특성상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명확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범행이 주로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 제3의 목격자가 존재하기 힘들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말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피해자의 진술은 사실상 재판의 핵심 증거가 되어 판결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진술’을 언제나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의 기억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용이 일부 부풀려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바뀌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집단적인 정서나 주변인의 영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나 관계에 의해 사실과 다름에도 일관된 듯한 진술이 형성되는 경우다. 법원이 이 부분을 세밀하게 살피는 이유다. 최근 내가 맡은 사건도 그러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고, 이들 모두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피해자 모두 진술을 끝냈다. 의뢰인은 그중 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인정했지만, 나머

    • 배희정 변호사
    • 2025-03-24 16:47
  • 마약범죄 항소심은 어떻게 진행될까?

    마약범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면 항소심을 통해 다시 한번 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심제도’가 있기 때문에 1심(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할 경우 2심(고등법원), 그리고 3심(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 다만, 대부분 2심에서 사실관계가 다시 정리되고 양형에 관한 다툼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마약 사건의 항소심에선 어떤 전략을 가져가면 좋을까?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에서 다뤘던 증거와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증거도 받아준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단, 무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 항소 이유 항소의 이유는 우선, ‘사실오인’ 또는 ‘양형부당’이 될 수 있다. 사실오인은 실제로 마약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투약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잘못 판단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다. 양형부당은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1심 판결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마약 사건의 경우, 보통 마약을 소지한 사실 자체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

    • 신정우 변호사
    • 2025-03-19 17:16
  • 무기수 K의 가석방

    퇴직을 앞두고 지나온 교도관 생활을 되돌아보니,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있었지만 그래도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자부심만큼은 남아 있었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 묵직하게 남아 해소되지 않는 일이 하나 있었다. 작업 팀장을 할 때 유독 인상적인 수용자가 있었다. 78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공장에 출역해 성실하게 일하고 모범적인 수용 생활을 하던 무기수 K다. 외국인이었던 그는 한국인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자 청부살인을 저질렀고 그 대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감옥에 들어온 후 23년간 단 한 번의 징벌도 없이 규율을 철저히 지키며 생활해 왔고 전임 작업 팀장도 K에 대한 칭찬과 함께 인수인계를 할 정도였다. 내가 작업 팀장으로 있을 때도 K는 무척 성실하였고, 내가 자리를 운영지원팀장으로 옮기고 1년이 다 되어갈 때도 그는 여전히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79세가 된 K는 건강이 서서히 나빠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공장에 열심히 출역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런 K를 교도소에 그대로 두고 퇴직한다는 것은 교도관으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무언의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고 있었다. 수용자들이 공통으로 바라는 단 하나

    • 천동성 교도관
    • 2025-03-19 17:14
  • 맞선보다 접견이 어려운 이유

    수용자는 접견을 해보고 변호사를 정할 때가 많다. 말하자면 첫 접견은 맞선을 보는 셈이다. 물론 접견은 남녀의 맞선보다 심각하고 무겁지만, 본질적으로 닮은 점도 꽤 있다. 첫째, 접견도, 맞선도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인연을 찾는 일이다. 둘째, 결혼 생활도, 재판도, 함께 길을 가보기 전에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셋째, 일단 함께 길을 떠나고 난 뒤에는 원상태로 무르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수용자 입장에서 좋은 변호사를 고르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맞선을 통해 배우자를 고르는 것보다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좋은 배우자감은 한 번 보고 확신이 안 들면 거듭 만나보면 되고 연애를 해볼 수도 있지만 변호사에게 마음에 들 때까지 접견을 거듭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원래 좋은 변호인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 같은 기계는 제각기 품질이 균일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제각기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로펌을 처음 설립할 때 홈페이지를 좀 잘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제작 업체를 찾는 일이 여간 막막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름이 너무 많이 떠서

    • 정재민 변호사
    • 2025-03-17 16:42
  • 사랑인가 범죄인가

    요즘 성 관련 사건을 보면, 무엇이 진심인지 모르겠다. 정말 사랑한 것인지, 일방적인 것인지, 상대방이 의사를 무시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 원한 것인지. 너무도 많은 다양한 사건이 있고, 그 사건마다 실체와 내용, 결론은 달랐다. 한 마디로 ‘케.바.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를 찾아온 의뢰인의 직업은 성형외과 의사였다. 사건은 간단했다. “원장님이 프로포폴까지 놓고 강제로 나를 범했어요”가 신고 내용으로 전형적인 강간, 강제추행으로 피고소 당한 사건이었다. 그의 사정을 들어보니 이러했다. 의뢰인의 병원에 상담실장으로 일하는 여성이 있었는데, 여성이 먼저 유혹해 왔고 사귀자고 한 것도, 프로포폴을 놔 달라고 조른 것도 여성이 먼저였다고 했다. 의뢰인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면서도 사랑한다고 하고, 좀 무섭긴 했지만 의뢰인 역시 그 여성을 사랑했다고 했다. 그의 말은 절실하면서도 한편으론 어눌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말을 신뢰해야 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만나고 있는 이 회의실을 나가면 전 당신 편으로 당신을 위해 싸울 겁니다. 하지만 우리 둘이 있을 때는 제가 당신의 적인 것처럼 사실을 파

    • 박세희 변호사
    • 2025-03-17 16:39
  • 최후진술, 마지막 기회가 될 그 순간

    법정은 고요했다. 재판장이 피고인을 바라보았다. “피고인은 최후 진술을 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내 옆에 앉아 있던 의뢰인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몇 주 전, 우리는 구치소 접견실에서 이 순간을 대비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변호사님…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그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법원에서 듣고 싶은 건 변명이 아니라 얼마나 이 사건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지입니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세요. 그리고 중요한 건, 법원이 피고인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사회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그는 오랜 고민을 했고, 스스로 최후 진술을 정리했다. 나는 그의 변호인으로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의뢰인의 최후 진술이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피해자께 너무나 죄송하며, 가족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 배희정 변호사
    • 2025-03-12 17:31
  • 교도관의 비애

    교도관들만큼 사고에 민감한 사람들도 있을까. 수용자들이 모두 잠든 때에도 교도관은 깨어 있다.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를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금은 4부제로 바뀌었지만, 3부제로 근무할 때는 새벽 1시를 기점으로 선번, 후번으로 나누어 선번 근무자는 저녁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후번 근무자는 새벽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각각 5시간씩 근무를 했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주간 근무에 투입되었다. 그야말로 24시간을 대기하며 혹시라도 근무시간 중에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교도관이다. 교도관들의 근무는 단순한 교대 근무가 아니라 책임과 긴장의 연속이자 24시간 대비 태세나 다름없다. 아무래도 교도소라는 근무 환경 자체가 타 직업보다 정신력과 체력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고, 잠을 쫓고 야간 근무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날 밤, 나는 침실에서 나와 교대를 위해 근무지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길목엔 감시대가 있었고, 그곳에서 근무를 서던 경비 교도대가 수하를 하곤 했다. 그날도 감시대를 지나가는데, 경비 교도대 한 명이 “누구고?”라고 수하를 하였다. 피아식별을 위한 엄숙한 과정이었음에도 우리는 웃음을 참지

    • 천동성 교도관
    • 2025-03-12 17:29
  • 변호사에게만 허락된 만남, 접견 가는 길(2)

    구금된 사람에게 변호인은 특히 더 중요하지만 일단 구금이 되어버리면 변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든든한 가족이 있으면 예외이다. 가족이 나서서 어떤 변호사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수임료도 내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든든한 가족이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족이 없거나 있더라도 사이가 안 좋거나 경제력이 없을 때도 많다. 언젠가 지방에 있는 어느 구치소에 접견을 갔던 일이 떠오른다. 중년의 남자 피고인이 나를 선임하고 싶다면서 수임료는 자신이 쓴 메모지를 처에게 보여주면 바로 줄 것이라며 처의 전화번호도 알려주고 바로 다음 주에 다시 접견하기로 했다. 나는 구치소에서 나오자마자 처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처는 냉랭한 목소리로 남편 휴대폰에서 내연녀와 통화 녹음 파일을 잔뜩 발견했다면서 오히려 가정법원 판사로도 일했던 나에게 이혼 소송 및 상간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했다. 그 처는 나에게 구치소에 가서 남편에게 합의 이혼을 하도록 설득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나는 수임료를 받지도 못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다음 주에 올 나만 기다리고 있는 피고인을 모른 체할 수 없어 지방 구치소까지 가서 접견을 하며 내가 더 이상 올 수

    • 정재민 변호사
    • 2025-03-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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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6년 02월 19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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