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를 일방적으로 받아도 ‘허가 없는 연락’이 되어 징벌 처분이 되나요?

Q. 저는 교도소 내에서 같은 방에 있던 A로부터 우표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니 싼값에 구매하라는 유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규정 위반임을 알기에 이를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방에 있던 B가 A의 문제로 인해 징벌을 받아 징벌방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B는 A가 저에게 규정 위반인 우표를 현금으로 사라고 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쪽지를 사동 도우미를 통해 제게 전달했습니다.

 

저는 해당 쪽지를 근거로 삼아 A를 신고했고, 신고 내용과 함께 B가 이 사실을 알고 직접 목격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그 쪽지를 첨부했습니다.

 

하지만 신고자인 제가 오히려 “허가받지 않은 연락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징벌처분인 경고를 받아 출역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쪽지를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받은 것일 뿐인데, 이러한 사유로 징벌을 받은 것은 매우 억울합니다.

 

 

A. 다음은 전직 교도관에 의한 답변입니다. 얼마전 비슷한 사례로 얼마전 한 독자분이 공범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허위진술을 해달라고 쪽지를 보내와 이를 교도관에게 신고를 하였는데 신고자가 경고처분을 받았다는 편지도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답변드립니다. 의뢰인께서는 같은 방 수용자 A로부터 우표를 현금으로 구매하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고, 이후 또 다른 수용자 B가 징벌방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A의 규율 위반 사실을 쪽지로 알려오자 이를 근거로 신고하셨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의뢰인께서 쪽지를 전달받아 활용한 사실이 ‘허가 없는 연락 행위’로 인정되어 경고 처분을 받은 것입니다.

 

법적으로 교정시설 내 수용자의 생활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과 시행규칙에 의해 엄격히 제한됩니다. 시행규칙 제214조 제9호는 수용자가 ‘허가 없이 다른 사람과 만나거나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교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규율로 해석됩니다. 판례 역시 이 조항을 넓게 해석해 쪽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물론, 사동 도우미와 같은 제3자를 매개로 일방적으로 쪽지를 전달받는 경우도 ‘연락 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주지방법원 2021구합13571 판결에서는, 다른 수용자에게 협박을 당해 금품을 제공한 후 이를 신고한 경우에도 ‘허가 없는 연락·금품 교부’ 자체는 징벌 사유라고 본 바 있습니다. 법원은 “신고자의 지위가 곧바로 위반행위의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대구지방법원 2016구합23532 판결에서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다른 수용자로부터 자술서를 받아 전달받은 행위 자체가 규율 위반으로 인정됐습니다. 즉, 행위의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절차를 위반하면 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의뢰인께서 강조하신 ‘일방적 수령’ 주장은 교도소 내부에서 자주 문제되는 쟁점입니다. 다만 판례와 규정의 태도는 ‘연락’ 개념을 상당히 넓게 보아, 단순히 쪽지를 받는 것만으로도 구성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해석합니다.

 

다만 쪽지를 받은 즉시 교도관에게 신고했는지, 아니면 그 내용을 확인하고 증거로 활용했는지에 따라 징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9구합61711 판결은 수용자 간 연락 행위의 고의성을 판단할 때 당사자의 대응 방식과 전후 정황이 중요한 요소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원치 않는 쪽지를 받더라도 즉시 교도관에게 신고했다면 고의성 없는 수동적 수령으로 보아 징벌 회부를 피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의뢰인처럼 쪽지를 증거로 활용해 다른 수용자를 신고한 경우라면, 교정 당국 입장에서는 해당 쪽지를 ‘연락 행위에 동조한 증거’로 판단했을 여지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단순히 쪽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경고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반적으로 사동 도우미나 쪽지를 보낸 수용자 역시 조사를 받고, 수령자가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확인한 후 징벌 여부를 결정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쪽지를 즉시 신고하지 않고 특정 수용자의 징벌을 목적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순수하게 수동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뢰인에게 경고 처분이 내려진 배경에는 단순 수령을 넘어, B의 쪽지에 동조해 A를 징벌받게 할 목적으로 행동한 부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허가 없는 연락 행위’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교정 당국의 태도는 엄격합니다. 신고자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별도의 규율 위반은 면책되지 않습니다. 다만 의뢰인의 경우 징벌 수위가 가장 낮은 ‘경고’에 그친 점을 보면, 교정 당국도 신고 목적과 정황을 고려해 최소한의 징벌만 부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독자분들도 쪽지를 받은 즉시 신고를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