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시사법률>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교부 차관보와 주영국대한민국 대사를 지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정치권에서 소수 야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국민과 여론에 직접 호소하며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건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려 정부 정책을 꼼꼼히 점검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책임 있는 야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오랜 외교관 경력 끝에 정치에 입문하셨습니다. 계기나 동기가 있으신지요?
A. 지금 생각해 보면 다 우연이었습니다. 외교는 국정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보니 정당들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곤 했습니다. 지난 총선 당시 우리 당에서 저를 영입했고, 민주당에서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영입돼 국회의원이 됐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계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Q.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대 여당 중심으로 국회 권력이 재편됐습니다. 소수 야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어떤 방식으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인간은 본성적으로 권력을 갈망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처럼 권력은 쥐는 순간 더 큰 권력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금언처럼 부패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삼권분립을 제도화했고, 입법·행정·사법이 서로 견제하도록 민주주의를 설계한 것입니다.
저도 지난 대선 당시 유세 현장에서 국민들께 호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입법을 독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만약 행정권까지 장악하면 사법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려 할 것이고, 그것은 곧 절대 권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실제로 입법과 행정을 모두 가진 민주당이 사법부까지 흔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저희 국민의힘은 소수당이기 때문에 국회 안에서의 힘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습니다. 결국 국민께 직접 호소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언론과 여론, 사법부가 함께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책임 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께서 저희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실 것이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정상회담이라는 게 단순히 ‘만남’에 그치면 안 됩니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들어 첫 회담이었고, 사실상 우리 정부가 외교적 레버리지를 크게 활용할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타이밍을 잘못 잡았습니다. 일본과 EU가 이미 미국과 합의를 끝낸 뒤 우리 차례가 된 겁니다. 그 상황에서는 당연히 불리한 조건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우리가 내놓은 게 관세 15% 합의, 3500억달러 투자 발표 같은 큰 틀의 원칙 수준이었죠.
그런데 세부 사항은 전혀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마치 다 성과를 거둔 것처럼 홍보했습니다. 이건 외교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나는 겁니다. 협상 원칙 중에 “모든 게 합의되기 전에는 어떤 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번은 바로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한 사례입니다.
저는 이번 회담에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50점이라고 봅니다. 절반의 성공입니다. 정상회담의 상징성은 있었지만, 실질적 합의가 없었고, 국민에게 과도하게 포장된 성과를 알린 건 아쉬운 대목입니다. 앞으로 국회가 꼼꼼히 점검하고 정부가 세부 협상을 매듭짓도록 압박하는 게 필요합니다.
Q. 최근 조지아주 구치소에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외국민 인권 보호를 위한 외교적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저는 영사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의 본질을 잘 압니다. 재외국민 보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고가 터졌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대사와 총영사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곧바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대사·총영사를 대거 소환해 버렸습니다. 후임도 없이 30명 가까운 자리를 공석으로 둔 겁니다. 그 결과 외교 공백이 생기고, 사건 초기 대응이 늦어진 겁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사입니다. 외교부 고위직 자리를 ‘낙하산’처럼 배치하는 관행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교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을 UN 대사에 임명한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건 국제사회에서 국가 위신을 깎아 먹는 일입니다. 재외국민 인권을 지키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적재적소 인사 배치입니다.
그리고 시스템도 보완해야 합니다. 단순히 영사 한두 명이 뛰어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대사관 차원에서 현지 경찰·검찰과 평소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어야 합니다.
사건이 생겼을 때 전화 한 통이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요약하면, 재외국민 인권 보호는 ‘사람’과 ‘시스템’ 두 가지를 동시에 바로잡아야 합니다. 대사·총영사를 제때 임명하고, 사건 즉시 현장에 나가 대응하는 원칙을 세우는 것, 그리고 평소 외교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것, 이게 곧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길입니다.
Q. 주한미군은 SOFA 협정에 따라 수용 시 1인실과 각종 편의가 보장됩니다. 반면 한국 교정시설은 과밀과 열악한 환경 문제가 제기됩니다. 개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가요?
A. 조지아주 사례에서 보듯, 열악한 수용시설은 국제적 망신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수용시설을 인권 시비가 붙지 않을 정도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과밀 수용률이 120%를 넘고, 이런 상태에서는 기본적 인권 보장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SOFA 협정의 불평등 조항을 문제 삼기 이전에, 먼저 우리 교정시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재정 투자와 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상대의 ‘부끄러운 사례’를 따라 하는 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Q. 형 집행 중인 수형자의 선거권 제한에 대한 견해는 어떠십니까?
A. 국제 인권 규범은 수형자라고 해서 선거권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죄를 지은 사람은 투표권이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018년 법 개정으로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국제 기준에는 못 미칩니다. 앞으로 국민적 인식이 변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더 넓은 방향으로 수형자의 선거권 보장이 논의될 수 있을 겁니다. 언론과 학계가 이런 논의를 확산시켜야 하고, 저 역시 적극 동참할 생각입니다.
Q. 향후 총선·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여당을 견제하고,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십니까?
A. 저는 외교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정부 정책을 면밀히 점검하고, 문제점을 국민께 알리며 대안을 제시하려 합니다.
무조건 비판이 아닌 건설적 비판, 예컨대 외교 공백 지적처럼 국민이 “맞다, 그걸 고쳐야 한다”라고 느낄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합니다.
그런 건강한 정치가 중도층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봅니다. 제 모토는 ‘건강한 정치’입니다. 전문성을 가진 보수 정치인들이 분야별로 이런 역할을 한다면 국민이 다시 신뢰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