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년간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 가운데 30% 가까이가 단 3명의 반복 청구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리 구제를 청구하는 절차로, 헌법상 보장된 ‘최후의 수단’이다. 그러나 일부 개인의 반복 청구로 인해 헌법소원 제도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접수된 헌법소원 1만3821건 중 3771건(27.3%)이 서울·경남 등에 거주하는 특정 3명에 의해 청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하루 평균 2건꼴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셈이다.
문제는 이들 3인의 헌법소원 가운데 단 한 건도 본안심판에 회부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권모 씨는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1484건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권 씨는 대부분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정당한 재심 사유 없이 일명 ‘묻지 마’ 방식으로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 각하된 이유는 고소인의 경우 검찰항고나 재정신청 등 별도의 구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보충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경남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해에만 145건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그는 본인과 무관한 법률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청구했고, 각하되면 다시 그 각하 결정을 상대로 재심을 반복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무분별한 헌법소원 청구는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 지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재 심판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640.8일에서 2024년 724.7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미제 사건도 1312건에서 1401건으로 89건이 늘었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무분별한 헌법소원 청구는 헌법재판소의 사건 처리 지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헌재 심판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640.8일에서 2024년 724.7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미제 사건도 1312건에서 1401건으로 89건이 늘었다.
특히 서 씨의 경우 헌법소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584건에 국선대리인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돼, 헌법소원 남소자에 의한 국선대리인 오남용 우려마저 나온다.
통상 국선대리인은 청구인이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거나 청구인이나 그 가족의 경제 능력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기 어려운 경우 신청하게 돼 있다.
송석준 의원은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일부 개인의 반복 청구가 전체 심판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악용 사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현행법상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된 ‘법원의 재판’도 포함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법원은 “헌법상 근거가 없고, 남소가 심화돼 재판 지연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2025년 사법연감 기준,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4만4187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헌법소원 대상이 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