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한 룸살롱에서 만난 유부남 손님을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여성 접객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7단독(목명균 판사)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500만원, 30대 여성 B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해운대의 한 룸살롱에서 유흥접객원으로 일하며 2023년 11월 손님으로 방문한 C씨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4월 C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하던 중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C씨 가족의 연락처를 저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5월 7일 지인 B씨와 함께 C씨에게 “불륜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고, 같은 날 총 5회에 걸쳐 100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날 오전 C씨에게 전화를 걸어 친딸과 어머니에게 외도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말했고, 오후에는 “다른 여자에게 해준 만큼 나에게 입금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B씨 역시 통화에 가담해 “1000만원을 A씨에게 송금하라”며 “저장해둔 개인정보를 모두 지워주겠다”고 말하고, C씨 친딸의 전화번호를 직접 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공동공갈 범행은 수법과 내용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재산상 손해뿐 아니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현행 형법 제30조는 2명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범죄를 실행한 경우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정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범행에 대한 공동의사인 주관적 요건과 각자의 행위가 범죄 실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는지 여부인 객관적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사전에 명확한 계획이 없더라도 범행 과정에서 암묵적·순차적으로 의사가 결합되면 공모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원은 이 같은 공동정범 책임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해 왔다. 2023년 대전고법은 이른바 ‘각목치기’로 불리는 조건만남 사기 사건에서 피해자 유인·협박·금품 갈취·감시 등의 역할을 나눠 수행한 경우 각 행위자에게 공동공갈 책임을 인정했다. 범행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서 대기하거나 연락을 유지한 경우에도 범죄 성립에 필수적인 기여를 했다면 공동정범으로 처벌된다는 취지다.
2017년 서울서부지법 역시 몸캠피싱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유인과 악성 프로그램 전송 역할만 담당하고 직접적인 협박이나 금전 요구를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공범들과 함께 숙식하며 범행 과정을 인지하고 범죄 수익을 분배받았다면 공갈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했다.
법무법인 안팍 박민규 변호사는 “공동공갈은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이나 명확한 역할 분담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는 아니”라며 “범행 과정에서 서로의 행위를 인식한 상태에서 협박을 강화하거나 금전 수수에 기여했다면 암묵적인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범행에 가담한 경우라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거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는 등 감형 사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성실히 협조하거나 자백하는 태도 역시 양형 판단에서 유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