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착각에 장화 신고 이웃 짓밟은 70대…2심도 중형

피고인, 장화 착용 근거 고의 부인
신발 재질에 따라 형량 달라지기도

 

층간소음을 둘러싼 오해로 이웃을 무차별 폭행한 70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장화를 신고 범행했다는 점을 들어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2부(부장판사 이선미)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72)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대전 동구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이웃 여성 B씨를 넘어뜨린 뒤 발로 걷어차고 짓밟는 등 총 57차례 폭행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쓰러진 이후에도 약 15m를 끌고 가며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부터 피해자가 층간소음을 유발한다고 오인해 불만을 품어왔으나 관련 민원 조사에서는 실제 소음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현재까지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향후에도 상당한 추가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항소심에서 살해 의도가 없고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장화를 신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 1000만 원을 추가 공탁했지만 피해자 측이 이를 거부하고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유리한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현행 형법은 살인을 실행에 옮겼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도 미수범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살인의 고의는 행위 당시의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판단하며 폭행의 강도와 반복성, 공격 부위 등이 주요 기준으로 고려된다.

 

신발 재질과 형태는 폭행의 위험성과 형량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2022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등산화와 유사한 신발을 신고 피해자의 머리와 안면을 반복적으로 걷어차고 짓밟은 사건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발 재질과 공격 방식이 사망 위험을 높였고 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2015년 대구지방법원은 군화형 워커를 신고 피해자의 머리를 수십 차례 짓밟은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체중을 실은 반복적 공격이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은 장화를 신었다는 점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러한 사정만으로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오히려 등산화나 워커처럼 충격을 크게 전달할 수 있는 신발은 폭행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로 평가돼 형량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인의 고의는 특정 도구나 복장보다 폭행의 강도와 반복성, 공격 부위 등 객관적 정황을 통해 판단된다”며 “생활 갈등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감정적 대응보다 제도적 해결 절차를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