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화하고 전문화되고 있다. 초기에는 전화 사기 형태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유인, 현금 수거, 자금 세탁과 환전 등 여러 단계로 역할이 분화된 구조를 보인다. 이 과정에서 평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범죄 조직에 연루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실제 사건을 보면 범죄 조직은 처음부터 범죄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젠틀한 고객으로 다가오거나, 부를 자랑하는 등 성공한 사업가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마치 정상적인 사업 제안이나 투자 기회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평범한 사람들이 범죄 조직에 연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상품권 거래나 환전 사업을 명목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합법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한 뒤 해외 투자와 관련된 자금이라는 식으로 설명하며 피해자의 의심을 줄이고 피해자에게 통장 관리와 수표인출 업무 등을 제안한다. 그리고 곧 피해자의 통장은 사기 범죄 자금과 연결된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의 개입이 있고 나서야 자신이 단순한 통장 관리자가 아닌 거대한 사기 조직의 불법 자금 세탁책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맡은 사람의
정당방위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일상에서도 자주 접하는 표현 중 하나로 국민 정서에도 널리 퍼져있고, 언론에서도 종종 다뤄질 만큼 친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단어를 법률용어로 쓰려고 할 때는 고민이 생긴다. 정당방위는 부당한 법익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는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제도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상당한 이유’ 인정에 매우 인색하다. 흔히 발생하는 폭행 사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푹행 사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이른바 ‘쌍방 폭행’으로 사건이 처리되는 경우다. 사건 현장에서 서로 폭행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양측 모두가 형사 절차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먼저 공격을 받은 사람이 방어 과정에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힌 경우라도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런 문제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헬스장에서 기구 사용 문제로 시비가 시작된 두 사람 사이에 폭행이 발생했다. 상대의 공격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20년 지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공무원 신분이라 음주 운전만으로도 신분에 큰 타격을 입고, 잘못하면 파면이나 해임이 될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주 운전 사건은 정해진 증거, 즉 음주 측정치 또는 혈액검사 결과 등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증거법상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측정이 안 된 경우라면 며칠 후 경찰에 출석해 혈액검사를 받게 되고 그때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면 다툼이 생기긴 하지만, 단속할 때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 위해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누구든 그런 행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운전 후(정차 후) 186분이 지나고 음주 측정을 해 위반 수치가 나왔는데 무죄 선고가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차 후 술을 사서 먹었다는 변소와 정차 후 술을 샀다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보강되어서였다. 전화 온 친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졸았는데 그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수사 결과 22시 10분까지 술을 마시고 출발하여 운행하다가 22시 30분에 경찰이 출동, 23시 55분경 음주 측정이 됐다고 한다. 측정 결과는 0.041
요즘 성 관련 사건을 보면 무엇이 진심인지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사랑이었는지, 일방적인 집착이었는지,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폭력이었는지, 아니면 관계의 해석이 엇갈린 것인지. 사건마다 실체와 정황은 모두 다르다. 같은 ‘강간’이라는 죄명이 붙어도 내용은 제각각이다. 물론 실제로 강압과 폭력 속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도 적지 않다. 그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는 관계의 실체와 동의 여부를 둘러싼 진실을 법정에서 치열하게 검증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의뢰인은 성형외과 의사였다. 고소 내용은 단순했다. “프로포폴을 놓고 강제로 범했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강간 및 강제추행 사건으로 입건된 상황이었다. 그의 설명은 달랐다. 병원에서 일하던 여성이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사귀자고 한 것도, 프로포폴을 놔 달라고 요구한 것도 상대방이었다는 것이다. 관계를 끊으려 하면 극단적인 표현을 하며 매달렸고, 자신도 그 관계를 사랑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의 말은 절실했지만, 나는 그 순간부터 의뢰인의 편이면서 동시에 가장 냉정한 질문자가 되어야 했다.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회의실을 나가면 저는 당신 편입니다. 하지
변호사 경력이 길지 않았던 때 담당했던 사건이었다. 한국인 남편과 조선족 아내 부부가 함께 구속되었다. 혐의는 보이스피싱. 두 사람을 처음 접견하던 날, 남편은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면서도 본인들에게 일어난 일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변호사님, 보이스피싱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저희는 그냥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을 뿐이에요.” 아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오열을 할 뿐이었다. 아내가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환전소에서 사용하던 통장으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었고, 입금된 돈을 중국의 다른 통장으로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보낸 정황이 포착되어 구속된 것으로 보였다. 겉보기에 부부의 사연은 영락없는 보이스피싱 범행이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특성은 점조직이라는 점에 있다. 계획을 세우는 사람, 피해자를 속이는 사람,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사람, 그리고 피해금을 인출하거나 송금하는 사람까지 모두 각기 따로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특히 인출책이나 송금책의 경우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잘 알지 못하고 본인이 정확히 어떤 일에 가담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형사 소송에서 범행의 고의는 엄격하게 인정하는 것이 원
사실 법, 특히 형법에서는 ‘진심’이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고의’는 중요하다. 두 개념은 어떻게 다를까?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의뢰인들이 “왜 재판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느냐"고 묻는 순간이이다. 사기 사건에서 법원 판단의 핵심은 “기망 행위를 했는가”이다. 많은 의뢰인들은 “피해를 줄 의도는 없었다”, “나도 사업이 성공할 줄 알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의뢰인들의 진심을 믿는다. 하지만 법원은 ‘진심’이 아닌 ‘고의’를 본다. 중요한 것은 그가 피해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행동했느냐이다. 그런데 고의란 무엇일까. 상대방에게 한 말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고, 계획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법은 내심으로 이를 인식하고 용인했다면 사기죄의 유죄를 선고한다. 변호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 보면, 사업을 하는 사람 중 실패를 목표로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투자자들, 즉 나중에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도 100% 성공을 확신하고 돈을 맡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정말 투자자들에게 100% 성공할 것이라 믿게 했던 것일까? 이 지점에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