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의 법조인 칼럼]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닙니다

음주단속에 걸린 친구의 전화
음주측정 시기로 사건 뒤집어

 

20년 지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박 변호사, 큰일이다. 나 음주 운전 걸렸어. 나 좀 살려줘”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공무원 신분이라 음주 운전만으로도 신분에 큰 타격을 입고, 잘못하면 파면이나 해임이 될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주 운전 사건은 정해진 증거, 즉 음주 측정치 또는 혈액검사 결과 등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증거법상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측정이 안 된 경우라면 며칠 후 경찰에 출석해 혈액검사를 받게 되고 그때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면 다툼이 생기긴 하지만, 단속할 때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 위해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누구든 그런 행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운전 후(정차 후) 186분이 지나고 음주 측정을 해 위반 수치가 나왔는데 무죄 선고가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차 후 술을 사서 먹었다는 변소와 정차 후 술을 샀다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보강되어서였다.

 

전화 온 친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졸았는데 그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수사 결과 22시 10분까지 술을 마시고 출발하여 운행하다가 22시 30분에 경찰이 출동, 23시 55분경 음주 측정이 됐다고 한다. 측정 결과는 0.041%였다.


친구를 도와야 하니 고민이 깊었다. 나는 모든 사례를 다 찾아보았고 다행히 희망이 보였다. “‘일반적으로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는 피검사자의 체질, 음주한 술의 종류, 음주 속도, 음주 시 위장에 있는 음식의 정도 등에 따라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통상 음주 후 30분부터 90분 사이에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그 후로 시간당 약 0.008%∼0.03%(평균 약 0.015%)씩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자연과학적 사실을 확고하게 판단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2005. 7. 28. 선고 2005도3904 판결, 2005. 7. 14. 선고 2005도3298 판결 등)”라는 대법원 판례를 찾은 것이다.

 

즉, 음주 후 운전 그리고 측정 시점을 일직선으로 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선을 그리기에 측정 시점에서 역산하여 시간을 거슬러 가면 실제 혈중알코올농도는 적다는 의미였다. 유사 사례를 더 찾아보니 무죄가 선고되거나 불기소된 사건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와 같은 사례를 친구의 사건에 대입해 보니 음주 종료 시점인 22시 10분과 측정 시점인 23시 35분 사이엔 85분의 간격이 있고, 판례에서 말하는 90분의 상승기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측정 시점과 운전 종료 시점인 22시 30분과는 65분의 차이가 있었다. 여기에 술집 주변과 차량이 정차한 주변 CCTV 시각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결과 운전 종료 시점은 경찰관이 도착한 22시 30분이 아닌 22시 20분이었다. 술을 먹기 시작한 시점은 음주 종료 시점인 22시 10분에서 30분 전에 불과했다.


결론은 친구는 짧은 시간 술을 마셨고, 술을 다 마신 시점부터 상승기가 시작되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음주 측정을 하게 되었다. 이때 측정된 0.041%의 수치는 운전 시점이 아닌, 상승기에 측정된 수치이기 때문에 운전 중 수치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는 의견서를 열심히 정리하여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상승기를 적용 안 해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유사 사례를 열심히 찾아놨었고, 판례를 더 보완해서 직접 의견서를 가지고 경찰에 설명했다. 의뢰인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신파극도 찍었다. 결국, 무혐의 불기소로 사건은 종결되었고 친구는 여전히 시민에게 봉사하면 지내고 있다.


물론, 음주 운전은 정말 위험한 일이고 절대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이다.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아니, 그날은 내가 몰고 온 차 자체를 잊어야 한다. 원래 차가 없었던 사람처럼 생각해야 마땅하다.

 

가까운 거리라면 좀 걸어보자는 생각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절대 음주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고마워하던 내 친구는 이제 술자리에는 아예 차를 두고 간다. 덕분에 살도 빠진단다. 건강하게 바뀐 친구의 술버릇에 뿌듯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