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는 2054년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측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도입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예지자가 살인 사건을 예견하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건 발생 직전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전개된다. 영화의 핵심은 단순히 ‘미래를 예견한다’라는 점에 있지 않다. 진짜 공포는 ‘아무도 그 시스템의 판단과정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결과를 무오류라고 믿고 집행한다’라는 점에 있다. 이 소름 돋는 풍경은 이제 2026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발전과 신뢰기반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인공지능은 법의 통제 아래 형사사법 절차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 흔히 인공지능기본법을 기술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로만 이해하지만,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이 법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범죄 수사와 체포 과정에서 활용하는 인공지능은 주로 사람들의 생체정보, 즉 얼굴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추적하여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에 쓰인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CCTV 영상만으로 인출책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
최근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사기죄, 컴퓨터등사용 사기죄, 준사기죄의 법정형을 기존 징역 10년에서 최대 20년, 가중 시 징역 30년까지 가능하도록 크게 상향했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투자리딩방 등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조직형 사기 범죄에 강화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형량 인상이라는 조치가 실제 사기 범죄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문제다. 형사사법 현장에서 수많은 사기 사건을 다뤄본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개정은 분명 의미가 있으나 동시에 중요한 한계도 드러낸다. 무엇보다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범죄가 감소한 사례는 거의 없다. 사람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형량을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나는 안 잡힐 것'이라는 심리에 기반해 행동한다. 충동적 범행이나 조직적 지시에 따른 범죄에서는 형량 자체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범죄 심리 연구에서도 ‘처벌의 엄격함(severity)’보다 ‘처벌의 확실성(certainty)’이 행동 억제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해 왔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사기 구조의 특성이다. 최근 캄보디아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둔
음주 운전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끝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의 한 판결이 이 단순해 보이는 영역에 새로운 논점을 던졌다.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 운전에 대해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사건은 2023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의 운전자가 지하에서 지상까지 약 150m를 이동한 데서 비롯됐다. 면허취소 기준을 크게 넘는 수치였지만, 대법원은 이 공간이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기 어렵다며 행정처분을 뒤집었다. 이런 결론이 나오자 곧바로 “그렇다면 단지 안에서는 음주 운전을 해도 단속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식의 오해가 퍼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이 음주 운전 단속의 사각지대가 된 것처럼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판결의 핵심은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간이 법적으로 ‘도로’에 해당하는지를 엄밀하게 판단한 데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는 ‘도로’를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라고 정의한다. 대법원이 문제의 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