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 형량만 올린다고 범죄가 줄지 않는다

형벌의 목적은 재범 방지에 있어
법 공정하다는 신뢰 회복이 우선

 

최근 국회를 통과한 형법 개정안은 사기죄, 컴퓨터등사용 사기죄, 준사기죄의 법정형을 기존 징역 10년에서 최대 20년, 가중 시 징역 30년까지 가능하도록 크게 상향했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투자리딩방 등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조직형 사기 범죄에 강화된 처벌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형량 인상이라는 조치가 실제 사기 범죄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별도의 문제다. 형사사법 현장에서 수많은 사기 사건을 다뤄본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번 개정은 분명 의미가 있으나 동시에
중요한 한계도 드러낸다.

 

무엇보다 형량을 높이는 것만으로 범죄가 감소한 사례는 거의 없다. 사람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형량을 정교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나는 안 잡힐 것'이라는 심리에 기반해 행동한다. 충동적 범행이나 조직적 지시에 따른 범죄에서는 형량 자체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범죄 심리 연
구에서도 ‘처벌의 엄격함(severity)’보다 ‘처벌의 확실성(certainty)’이 행동 억제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해 왔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사기 구조의 특성이다. 최근 캄보디아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둔 조직형 사기가
급증하면서, 범행을 실질적으로 설계하고 지시하는 ‘상위 범죄자’는 해외에 머물고, 국내에서는 말단 역할을 맡은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처벌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고의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람과 단순히 ‘일자리로 알고 참여했다가 공범이 되는 경우’는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법정형만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구별이 모호해진다면, 정작 처벌받아야 할 핵심 조직은 해외에서 안전하고, 피해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만 과도한 책임을 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형량 인상이 아니다.


사기 범죄는 그 특성상 필벌(必罰), 즉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줄어든다. 적발 가능성을 높이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며, 해외 조직과의 공조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보호 관찰·재범 방지 프로그램 등 교정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 형량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며, 실제 범죄 억제력은 이런 ‘확실한 법 집행’에서 나온다.

 

고의범 처벌은 엄정해야 하지만, 무지로 인해 이용당한 사람을 정확히 구별하는 제도적 장치 역시 필수다. 법 집행이 정교해질수록 억울한 공범은 줄고, 실질적인 범죄자에게 집중적으로 책임을 묻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형법 개정은 사기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법정형이 높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사기 범죄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형벌의 목적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재범 방지와 사회 안전의 유지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량 강화보다 확실한 단속, 일관된 수사, 정확한 공범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법이 공정하게 작동한다는 신뢰 회복이 먼저다.


형량을 올리는 것은 쉽지만, 필벌(必罰)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진정한 범죄 예방은 그 어려운 길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