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본법이 형사사법에 던지는 질문

2026년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
형사사법 영역 본격 진입하게 돼
수사·체포 과정에서도 AI 활용해
기술이 판단해도 책임은 인간이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는 2054년 범죄가 일어나기 전 예측해 범죄자를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도입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예지자가 살인 사건을 예견하면,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건 발생 직전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전개된다.

 

영화의 핵심은 단순히 ‘미래를 예견한다’라는 점에 있지 않다. 진짜 공포는 ‘아무도 그 시스템의 판단과정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결과를 무오류라고 믿고 집행한다’라는 점에 있다. 이 소름 돋는 풍경은 이제 2026년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발전과 신뢰기반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인공지능은 법의 통제 아래 형사사법 절차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되었다. 흔히 인공지능기본법을 기술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로만 이해하지만,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이 법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범죄 수사와 체포 과정에서 활용하는 인공지능은 주로 사람들의 생체정보, 즉 얼굴을 인식하고 움직임을 추적하여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에 쓰인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CCTV 영상만으로 인출책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인공지능이 걸음걸이와 같은 생체정보를 분석해 동일 인물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식이다.

 

인공지능 기본법은 이처럼 사람의 생명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을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법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묵직하다. 국가는 기술을 앞세울 수 있지만, 그 책임까지 기술에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변화된 수사 환경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누가 판단하는가?’와 ‘누가 책임지는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혐의를 판단하고 제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장을 청구하고 신병을 확보하며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의 책임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인공지능기본법은 이 지점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결정은 사람이 하고, 책임도 사람이 진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형사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변호인은 더 이상 유·무죄만을 다투는 존재가 아니다. 수사 과정과 절차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 결과가 어떤 기술적 판단과 누구의 책임 아래에서 도출되었는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개입된 수사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의심이 형성되었는지, 그 판단이 제대로 통제되고 있었는지가 방어의 핵심이 된다. 기술이 등장할수록 변호인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되는 셈이다.

 

변호인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오류를 염려해서만은 아니다. 형사사법에 있어서만큼은 효율성보다 기본권의 보호라는 가치가 더 본질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의심받고 체포되는 순간, 그 판단은 반드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되었을 때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판단은 결코 통제될 수 없으며,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언제나 사람들의 기본적 권리를 위협해 왔다. 인공지능기본법이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해 위험 평가 여부와 운용 기준, 감독 주체를 명확히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단의 오류를 바로잡을 책임을 남기려는 것이다.

 

기록이 없으면 인공지능의 판단은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블랙박스’가 되고, 책임은 불분명해진다. 이 변화는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정의 풍경도 바꿀 것이다. 이제 “인공지능이 발견한 증거가 나왔다”는 결과에 수긍할 것이 아니라, 그 증거가 어떤 기준으로 수집되었으며 수집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는 없었는지를 검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AI(인공지능) 시대에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인 배경이 아니다. 인공지능기본법은 기술을 늦추기 위한 법이 아니라, 성급한 도입에 앞서 기술에 뒤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묻는 법이다. 아무 준비 없이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쫓다가 사람들의 본질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뜻이다.

 

기술의 발전 끝에 지켜야 할 것은 효율성이 아니라 책임이다. 우리는 더 빨리 손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판단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