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도피 끝에 검찰에 붙잡히면서 그를 도운 사실혼 배우자의 형사 책임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실혼 관계라 하더라도 도피를 직접적으로 도왔다면 형법상 범인도피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13일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사기와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씨(43)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씨는 물류사업 투자 명목으로 피해자 3명에게 접근해 약 4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2024년 불구속 기소됐다.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 자금 35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열린 다섯 차례 공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공시송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고 지난해 9월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후 도피 중이던 A씨는 올해 1월 경기 이천의 한 모텔에서 검찰에 붙잡혀 여주교도소에 수감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사실혼 관계인 B씨의 행위도 문제로 떠올랐다. 검찰은 B씨가 도피 중이던 A씨의 모텔 숙박비를 대신 결제해 준 사실을 확인하고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사실혼 배우자가 범인의 도피를 직접적으로 도운 경우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 범인은닉 또는 범인도피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자신을 위해 범인을 숨긴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사실혼 관계가 이 예외 규정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은 민법상 친족이 아니므로 처벌 면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선고 2003도4533 판결).
다만 모든 도움 행위가 범인도피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범인도피죄가 성립하려면 범인을 도주하게 하거나 도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간접적으로 안심하고 도피할 수 있게 하는 정도의 도움만으로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판례에서도 범인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운 경우 범인도피죄가 인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2023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던 피의자에게 차량을 제공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피고인에게 범인도피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가 범인을 도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와 재판에서는 도피 사실에 대한 인식 여부와 숙박 제공 또는 금전 지원이 실제로 은신 유지나 도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사실혼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며 “숙박 제공이나 도피 자금 지원이 실제로 범인의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했는지가 범인도피죄 성립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