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당황스러운 상담 전화를 받았다. 로펌 두 곳과 상담을 했는데 양쪽 말이 너무 달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 번째로 우리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 상담한 곳은 경찰 단계에서 쉽게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두 번째 상담한 곳은 지금 당장 구속될 수도 있으니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인데도 입장이 180도 다르니 상담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담자의 상황을 간단히 정리하면, 코인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하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상태였다. 본인 계좌로 돈을 입금받아서 코인을 구매하고 윗선에서 시키는 대로 송금한 것인데, 이는 범죄 조직에서 수익금을 세탁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내가 놀란 이유는 상담자가 코인 구매를 위해 입금받은 돈의 액수와 수수료 때문이었다. 어림잡아도 50억 이상을 받아서 코인을 구매했고, 그로 인해 받은 돈이 한 달 동안 7천만 원 이상이란다. 그 과정에서 계좌 지급 정지도 여러 번 되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한 달 일하고 받았다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정상적인 일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돈의 출처에 문제가 없다면
편집장님이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법.알.못 상담소’ 코너는, 구치소에 계시는 안 사람들이 평소 궁금해하시지만 상세한 설명을 듣기는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주제를 정해서 설명을 드리는 코너입니다. 지난 코너부터 ‘형사 재판 절차’를 주제로, 체포부터 1심 공판기일이 지정되기까지의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드렸습니다. 이번에는 앞선 내용에 이어서 그 후 진행되는 1심, 2심, 3심 재판 과정을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구치소 안에서 막연한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분들께, 이 글이 봄날의 단비처럼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Q. 1심 재판은 몇 번이나 진행되나요? A. 지난 회차 ‘법.알.못 상담소’에서는 기소 이후 대개 일주일 내외로 공소장을 받으시게 되고, 2~3주 안에 1심 첫 공판기일이 지정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저희가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공소제기 직후 단계에 있는 분들로부터 “1심 재판은 몇 차례나 진행되나요?”, “첫 공판기일에 바로 선고까지 나오는 건가요?” 등과 같은 질문을 자주 받곤 하는데요. 1심에서 공판기일이 몇 차례 열릴지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사건의 성격과 쟁점의 복잡성에 따라, 재
변호사로서 특히 마음 쓰이는 의뢰인들이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당해 하루아침에 사기범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이다. 실제로 이들을 만나보면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사기 범행임으로 알고 현금을 나르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군대 가기 전에 소액이라도 벌어보고자, 아이들 돌보며 형편에 도움 되고자, 퇴직 후 소일거리로, 일견 멀쩡해 보이는 구인 공고에 지원했다가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보이스 피싱 범행은 적용되는 법률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 바뀌는 등 더욱 중죄로 간주돼 말단 수거책이라도 실형 선고를 받는 추세다. 돈 좀 벌려던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레 가정과 사회에서 격리돼 철장 신세를 지는 것이다. 수거책 피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충격, 회한과 죄책감은 차마 형언할 수 없다. 만약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연루되어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구속까지 당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방도를 세우길 권한다. 첫째, 혐의를 인정할 것인지,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피의자가 범죄임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전달 횟수나 금액이 많고 가담 기간이 길면 기본적으로 수사기관과 재
형사 재판이라는 인생의 고난을 만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제가 의뢰인과의 상담 과정에서 자주 받는 질문들을 이 ‘법·알·못 상담소’ 코너를 통해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누구나 궁금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아니어서 담당 변호사가 있어도 깊은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것들 위주로 답변을 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엔 ‘형사 재판 절차 전반’에 대해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체포부터 상고심(=3심) 재판이 끝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해볼 텐데, 이번 코너에서 전부 설명드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고 다음 코너까지 이어서 계속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의 설명이 봄날의 단비처럼 안에 계신 분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피의자가 체포되었다’, 이제부터는 어떤 절차가 진행되나요? A. 구치소에 수감된 분들 중에는, 불구속으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구속영장이 청구되거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분도 있겠지만, 체포 절차부터 시작된 분도 있을 것입니다. 체포는 긴급체포‧영장체포‧현행범체포 등 종류는 다양하지만, 어쨌든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48시간 동안만 가능’합니다.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법원이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도록 피고인이 판결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공탁을 하는 소위 ‘기습 공탁’은 그동안 사법 정의를 어지럽히는 ‘법적 꼼수’로 지적됐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감형을 노리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를 막고자 지난 1월부터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는데,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이 공탁금을 내면 법원이 판결 선고 전에 피해자 의견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습 공탁을 막으려다가 공탁 제도 전반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 법 감정은 다른 것 같다. 그러나 법원과 구치소를 직접 발로 뛰며 접견과 변론을 하고 있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깊숙한 실상을 들여다보면, 판결선고가 임박하여 늦게 공탁하는 것은 그런 뻔뻔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공탁이 선고 직전까지 밀리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계속 합의를 시도하다 금액이 맞지 않아 결국 선고가 임박해야 공탁으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고, 둘째, 피고인이 공탁금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뒤늦게서야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돈을 마련하는 경우다. ‘기습’, ‘꼼수’ 등 언론에 회자 되는 수식어는 이런 뒷배경까지는 담지 못하는 것 같다. 공
누구라도 형사 재판에 휘말리게 되면 무척이나 막막합니다. 당장 형사 처벌을 받고 구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현실적으로 진행 과정이나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한몫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려고 해도 결국에는 광고 글이어서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참 어려운데요.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면 직접 움직일 수 없기에 답답함은 배가 될 것입니다. 저희 변호사들은 매일 하는 업무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작은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그간 수많은 접견 상담을 하면서 깊이 공감해 왔습니다. 이에 오늘은 많이들 헷갈리시고 궁금해하는 ‘재판 과정에서 제출되는 서류’에 대해 쉽게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알고 있으면 도움 되는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Q. “변호인의견서‧변론요지서‧항소이유서, 어떤 서류가 제일 중요한가요?”, “저희 변호사님이 의견서는 제출하셨는데 변론요지서를 안 내는데 괜찮은가요?”, “저희 변호사님은 항소이유서는 안 냈는데 이 서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A. 저희가 상담 과정에서 직접 들은 질문들입니다. 일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