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후배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흉기를 손에 테이프로 감아 고정한 채 찾아가 살해를 시도한 전직 조직폭력배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반병동 부장판사)는 살인미수·특수상해·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출소 후 재범 위험이 높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인을 목적으로 흉기를 미리 준비해 피해자에게 중한 상해를 입혔다”면서도 “그러나 살인미수 피해자인 B씨와 합의가 이뤄졌고,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명확한 증거가 존재함에도 피고인은 ‘죽일 의도는 없었다’며 변명을 일관했다”며 “사기·재물손괴 등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피해회복 노력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7월 30일 오전 울산의 한 도로에서 같은 조직 후배인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전날, A씨는 술집에서 우연히
경찰이 수사 현장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공식 도입했다. 압수수색영장 신청서 초안부터 수사보고서·진술조서 요약까지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시스템으로, 수사관의 외부 AI 사용에 따른 정보유출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내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연동된 ‘경찰 수사지원 AI(KICS-AI)’가 전날 오전 9시부터 전국 경찰관서에 확대 적용됐다. 올해 7월 시범 운영 이후 전면 도입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수사관들이 챗GPT 등 외부 서비스를 활용하며 수사정보·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자, 경찰이 자체 AI를 도입한 것이다. KICS-AI는 LG의 생성형 모델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KICS 내 사건기록과 판례·지침 데이터를 분석해 수사 문서 초안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서 역시 사건정보와 진술조서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초안이 작성된다. 예컨대 수사관이 “피의자 주거지에서 마약 투약 증거 압수”라고 입력하면 AI가 사건기록을 분석해 필요한 법령, 압수목적, 압수 필요성 등을 포함한 영장 신청서 초안을 즉시 제시한다. 또한 AI는 유사 사건 판례 검색, 금융 압수영장 집행 주소 안내,
음주 운전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미 끝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의 한 판결이 이 단순해 보이는 영역에 새로운 논점을 던졌다.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 운전에 대해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나온 것이다. 사건은 2023년 6월 경기도 남양주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의 운전자가 지하에서 지상까지 약 150m를 이동한 데서 비롯됐다. 면허취소 기준을 크게 넘는 수치였지만, 대법원은 이 공간이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기 어렵다며 행정처분을 뒤집었다. 이런 결론이 나오자 곧바로 “그렇다면 단지 안에서는 음주 운전을 해도 단속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식의 오해가 퍼졌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 주차장이 음주 운전 단속의 사각지대가 된 것처럼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판결의 핵심은 음주 운전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간이 법적으로 ‘도로’에 해당하는지를 엄밀하게 판단한 데 있다. 도로교통법 제2조는 ‘도로’를 “불특정 다수가 통행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라고 정의한다. 대법원이 문제의 아파트
나에게는 만나기만 하면 끝도 없이 궁금증을 쏟아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질문은 대체로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이다. “회사의 일을 외주로 넘기고 나는 월급만 받으면 범죄야?”, “로또를 같이 사면서 ‘당첨되면 반반이야’라고 했는데, 막상 내가 당첨되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기일까?” 재판 준비에 몰두하는 일상 속에서 이런 질문을 떠올릴 여유는 잘 없지만, 생각해 보면 누군가는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웃어넘기던 이런 대화에 오늘은 조금 더 법률적인 시선을 얹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부터 보자. 회사 업무를 타인에게 외주로 맡기고 본인은 월급만 받는다면 과연 범죄가 될까? 단순 자료 정리나 반복 입력처럼 위탁이 가능한 업무라면 형사 문제까지 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회사에 알리지 않은 점이 문제 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 인사상 징계나 경고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대체가 어렵고 결과물이 담당자의 역량과 직결되는 직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디자인, 설계, 개발처럼 전문성과 창의성이 핵심인 경우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직원 본인이 직접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로 급여를 지급하는데, 승인 없이 외주를
나는 KNN ‘더 로이어’ 촬영이 없는 날이면,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부산교도소, 오후에는 부산구치소로 접견을 간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접견을 마치고 나면 일과가 그대로 끝날 만큼 강도 높은 일정이지만, 나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지치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접견을 가면 기존 의뢰인들이 다른 재소자를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변호사님은 매주 접견 오셔서 재판 준비 내용도 설명해 주시고 멘탈 관리도 해주셔서 주변에서 소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 따라붙곤 한다. 사법시험 합격 후 16년 동안 나는 매주 1회 이상 구치소 접견을 이어왔다. 사건이 많거나 중요 사건이 몰릴 때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접견하기도 한다. 부산·경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수감자들과 화상 접견을 진행하고, 매주 접견한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음 접견을 예약하는 전담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누군가는 내게 왜 그렇게까지 접견에 시간을 쏟느냐고, 사건 처리만으로도 바쁠 텐데 접견이 일정을 지나치게 잠식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구속된 피고인의 재판을 준비하는 데 있어 변호인 접견이 가장 핵심적인 과정이라고 믿는다. 수감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근로자를 거주지에서 280km 떨어진 원격지로 전보한 조치는 부당한 전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 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원격지 전보가 부당하다는 중노위 재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공사는 2023년 12월 경기 파주지사에서 근무하던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자 감사실 요청에 따라 A씨와 신고인을 분리한다는 이유로 A씨를 나주 지역 지사로 전보했다. 이에 A씨는 전보 발령이 부당하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부당 전보라고 판단하자 공사가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인들과의 분리 조치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전남 나주시로 원격지 전보할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격지 전보를 하기 위해서는 추가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A씨가 전보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사 단체협약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확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 인원이 한계치를 넘어선 가운데 수용률은 129%까지 정원을 크게 넘어서며 교정 현장이 극심한 과밀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정당국은 임시 대책으로 가석방을 대폭 확대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17일 교정정보 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용자는 6만4780명으로 수용 가능 정원을 초과했다. 기결수는 4만1928명, 미결수는 2만2852명으로 집계됐으며, 수용 인원은 지난해 4월 6만 명을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과밀의 배경으로 최근 자유형 선고 비율 증가와 특정 범죄 급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대법원이 발행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형사공판에서 자유형 선고 비율은 63.7%로, 2019년(61.3%) 대비 상승했다. 또 여기에 마약·보이스피싱 범죄의 증가도 수용 인원 폭증을 견인하고 있다. 마약사범은 2021년 1849명에서 2024년 3477명으로, 보이스피싱 사범은 같은 기간 8323명에서 1만51명으로 늘어나면서 수용 한계를 넘어선 상태다. 이같은 수용인원 증가로 인해 가석방자 수도
주식 증여 계약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의 한 업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제민 판사는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업체 대표이사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12월 여동생 B씨가 자신과 두 딸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해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 제231조는 권한 없이 타인의 문서를 행사할 목적으로 작성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A씨에게 문서 작성 권한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A씨는 부모가 설립한 가족회사의 대표이사로 2000년부터 회사를 운영해왔다. B씨는 남편으로부터 2만 주를 증여받은 뒤 그중 4000주를 2019년 9월 A씨에게 증여했다. A씨는 이후 자신이 받은 40000주 가운데 3000주를 B씨 명의로 ‘A씨와 두 딸에게 각각 1000주씩 증여한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하고 주주명부의 명의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부녀의 지분은 51%로 늘어났고 B씨는 “증여 의사는 없었다”며 주권 인도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식 증여 계약서를 쓸 때 명의자인 B씨
생방송 중이던 인터넷 방송인(BJ)을 흉기로 공격한 30대 여성 유튜버가 살인미수가 아닌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해자가 중상을 입었음에도 수사기관이 살인미수 적용을 배제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6단독(박인범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여성 유튜버 A씨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경기 부천의 한 호프집에서 피해자 B씨가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하자 격분해 귀가했고, 이후 B씨의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던 중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9월 20일 오전 2시 49분쯤 상가건물 계단에서 방송 중이던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약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건 직후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했지만 이후 범행 정황과 증거를 다시 검토한 끝에 혐의를 특수상해로 변경해 검찰에 송치했다. 법조계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려면 매우 엄격한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 만큼 수사기관이 입증 가능성을 고려해 혐의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살인미수죄는 행위자가 피해자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