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곳에서 세 번째 겨울이 지났네.
벌써라고 해야할지 아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한번의 겨울만 더 헤어져 있으면 만나지 않을까싶네.
내가 보내는 예쁜 편지지는
방에 같이 지내는 솜씨좋은 언니동생들이 다 만들어서
그려준 거다.
꽃 그림 이쁘제~
아끼다가 어버이날 엄마주려고 보냈당.
이쁜 우리 엄마 주름살 늘어나니까 이제 쓸데없는 걱정 고마해라.
돈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돈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엄마가 자꾸 얘기 안해도 여기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나뿐인 내 새끼랑 떨어지면서 마음에 멍들게 하고
하나뿐인 엄마 가슴에 커다란 대못 박아 놓고 여기 와 있
는데 기나긴 세월 흩어져버린 시간 딸한테도 엄마한테도
어떤 행동과 마음으로도 보상 할 수 없다는 거 나도 안다.
앞으로 약속한대로 엄마 말 잘 듣고 다 의논하고 살게.
엄마도 지금 이 힘든 시간들 자꾸 가슴앓이 하지 말고
더 행복해지려는 갖춤이라 생각해도.
여기에 있어보니까 살아가는 게 정말 별 거 없었는데
늦게 후회해봐야 소용도 없지만 무슨 벼슬 할 거라고
내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아등바등 욕심내면서 살았나싶다.
엄마랑 토끼 같은 내 새끼 건강하고
평범하게만 살아도 내 맘에 행복만 있었음 되는 거였는데.
엄마 내가 아주 큰 공부를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시간 하고
여기서 바꿨다 아이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돈은 사람마다 가치가 달라서 백
만 원이 목숨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껌값인 사람도
있대.
근데 이 시간이란 가치는 따질 수가 없어서 자유를 그니
까 시간을 뺏어가는 벌을 준 거란다.
엄마 딸도 억만금하고도 바꿀 수 없고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을 이곳에서 지웠다 아이가.
그냥 지운 것도 아니고 지나온 내 삶을 원망 후회 반성으
로 지웠다.
새끼 가슴에 그리고 엄마 가슴에 두 번 다시 눈물 보태
주는 일 안 할 테니까 지금처럼만 우리 엄마로 있어
주라.
많이 예뻐져서 갈게. 내 딸 엄마로 김 여사님
딸로….
나는 이제 아픈 곳 없으니 엄마 건강 챙기
고 우리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또 편지할게. 사랑해.
○○에서 하나뿐인 딸 ○○ 올림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