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아들과 놀이터에 다녀온 아내가 물었다. “오빠, 혹시 유치원 가면 뭐 해?”“나? 조용히 스마트폰 보는데?”“몇몇 분이 민아(가명)를 알아보곤 나한테 ‘매일 아빠만 보는데 반갑다’면서 인사하시더라고.”“그래? 엄마를 처음 봐서 반가우셨나?”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했지만, 사실 당황스러웠다. 다른 엄마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니… 나처럼 내향적인 사람에게 아이 등·하원은 쉽지 않은 일이다.특히 아이의 하원을 기다리는 그 몇 분간은 영원한 침묵이 흐르는 것 같다.간혹 친한 엄마끼리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보통은 떠다니는 먼지가 바닥에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싶을 만큼 조용하다. 어색함을 피해 스마트폰에 시선을 맡긴다. 시간이 어서 지나기만을 바라다 보면 아이가 구원자처럼 나타난다.‘드디어 탈출이다.’ 아이를 격하게 환영한다.손으로 쌍안경을 만들어 유리창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아이 이름을 크게 부르며 높이 들어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도망가느라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엄마들 사이에서 아빠가 눈에 띄는 건 당연했다.자주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는 것도 그렇고.어쩌면 엄마들도 나와 ‘학부모
나의 인생은 한마디로 문제였다. 학창 시절에는 학업에 실패했고 어렵게 시작한 사업은 파산, 늦은 나이에 이룬 가정은 이혼 후 당뇨와 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 현재 2평 남짓한 좁은 방 안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사회로 나가 다시 한번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나는 지금이 다시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여전히 태양은 솟았다 우리의 작은 일상들이 모여 커다란 삶을 만들어 낸다 부지불식간에 그렇다 내 삶도 그렇게 만들어졌고 너의 삶도 그렇다 일부러 사는 삶은 없다 시간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흘러흘러 여기까지 온 거다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 결국엔 넓디넓은 곳에서 만난다 결코 좁디좁은 이곳이 마지막이 아니며 시간의 한 흐름 속에 잠시 갇혀 있는 것뿐이다. 잠시 잠깐이면 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속에 우린 존재하고 함께하며 이곳에 있는 것뿐임을 절망하지 말라 희망을 품어라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숨 쉬는 것에 존재 가치를 느껴라 오늘 오늘이 있으매 당신과 나, 우리가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태양과 햇살이 우리를 비추는 순간이 매일 시나브로 같이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저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투자자로 1심에서 다소 무거운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6개월 감형을 받아 수원구치소에서 타 교도소로 이감을 기다리고 있는 미결 수용자 OOO라고 합니다. 이감에 앞서 수원구치소에 근무하고 계시는 심재열 계장님께 감사 인사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혹시 부담스러워 하시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제가 가장 좋아하고 많은 수용자들께서도 유익하게 보시는 <더 시사법률>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피고인이기도 한 저는 제 생명과도 같은 저의 반쪽 아들과, 아직은 아빠의 손길이 더 필요한 어린 막내딸 그리고 아내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 불행으로 인해 강제 이별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분리로 인한 충격으로 저는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나락으로 떨어졌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져 병들어 갔을 뿐 아니라 말로는 도저히 형언할 수조차 없는 극한의 고통과 아픔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아프고, 지쳐서 죽고만 싶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을 때 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시고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용기를 주신 수원구치소 심재열
안녕하세요. 법률 지식이 부족한 저와 수용자들이 <더 시사법률>이 창간된 후, 신문을 통해 유익한 정보들을 얻게 되어 감사히 생각합니다. 저는 변호사 선임에 대해 전국의 수용자들께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외부에서는 유튜브 영상과 광고를 통해 변호사들이 높은 광고비를 들여 사건 수임에만 열을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선임된 변호사들은 막상 선임을 하고 나면 의뢰인을 홀대하고, 밖의 가족들은 변호사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어 이와 같은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후 문제가 생겨 대한변협에 진정을 넣어봐야 아무 의미가 없더군요. 그나마 다행인 건 <더 시사법률>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수용자들에게 직접 보급되는 신문인 만큼 광고하시는 변호사분들이 만약 위와 같이 행동하신다면,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 변호사 활동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사회에서 성 관련 사건에 연루되어 ‘포렌식’, ‘압수수색’, ‘체포영장’ 등을 유튜브에 검색하다가 한 변호사를 만나 선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유튜브나 포털을 통한 광고는 유입량이 많다 보니 해당 변호사가 수임하게 되는 사건의 양이 많아져, 결국 의뢰인의 사건을
갑작스럽게 구속이 되어 감옥이라는 두렵고 낯선 환경 에 놓이게 되면, 사람들은 썩은 동아줄도 자신을 담장 밖으로 꺼내 줄 황금 밧줄로 착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수용자들과 가족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감옥 안에서 같은 수용자들끼리 변호사를 소개하거나, 옥바라지 카페(속칭 ‘안기모’) 등에서 법 장사꾼들의 먹이가 되는 게 슬픈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시사법률>신문이 생기면서 이런 부조리들이 사라져 가는 시발점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옥바라지 카페가 가족들을 이용해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모든 수용자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제 많은 수용자들이 이 구조의 실체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족이 아무것도 모른 채 옥바라지 카페를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려 한다면, 우리 수용자들이 단호하게 거부해야만 이와 같은 부조리가 사라지고 본래의 가족 소통 공간으로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감옥 안에 있는 저희는 신문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있지만, 정작 바깥의 가족들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보다 ‘안기모’ 같은 옥바라지 카페가 더 잘 노출되고, 접근하기 쉬운 탓에 이들이 제공하는 거짓
오직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길에서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질러, 60대의 노년을 교도소 안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벌써 7년이 흘러 이곳에서 여덟 번째 여름을 맞으며, 이제는 그동안 보고 느낀 교정 현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교도소의 목적은 단순한 처벌이 아닌, 수형자들이 사회에 다시 나갔을 때 재범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화’와 ‘교정’에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교도소에서는 초범과 재범, 사기범과 강력범이 구분 없이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20대와 60대가, 경미한 범죄자와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한 공간에 머무는 이 구조는 자칫 잘못하면 ‘범죄의 재생산’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문제를 교정 당국도 인식하고 있으며, 인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의 변화를 돕고 있습니다. 저 역시 70시간의 인성 교육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교정행정이 변화와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여전히 과밀 수용 문제 등으로 인해 교육 효과가 제한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사의 전문성 부족, 교육 방식의 획일성, 수강생의 참
늙어가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후회하는 일들이 참 많았지만, 문득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이런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본다. 누구나 후회 없는 인생을 살 수는 없겠지만적어도 작은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렸을 때 꿈이 있었는지?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억이 없다. 기억이 존재하지 않으니재미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참 많이 세월이 흘렀다. 아직도 머릿속 기억은 좋았던 그때에 머물러 있는데,지금의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고, 한심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정말 부끄럽다. 이곳을 떠나 세상 속으로 나가게 되면남은 인생은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비록 조금씩 늙어가고 있지만,그다음에는 ‘그래도 참 잘 살았구나’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후회 없이 살고 마무리하고 싶다. 지금은 구속된 인생을 살고 있지만,이후의 인생은 절대로지금 이 순간의 후회를 잊지 말고 살아가자. 비겁한 인생은 여기까지만.변명은 이제 하지 말자.모든 것은 나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정해진 운명의 길을 걷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 수많은 길은 서로 만나는 시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인생의 교차로’이죠. 처음에는 다들 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그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 필연의 시점은 왜 찾아오는 것일까요? 바로 서로가 서로에게 꼭 배워야 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온전히 깨달을 때, 우리는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배움이라는 ‘선물’을 가지고 각자의 갈림길에서 헤어지게 됩니다. 인생의 모든 경험은 ‘선물’입니다. 다만, 우리의 이분법적 사고가 ‘받고 싶은 선물’과 ‘받기 싫은 선물’이라는 구별을 낳을 뿐, 가치 없는 경험은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그것이 선물이었음을 깨달을 지혜를 하느님께, 부처님께, 예수님께, 조상님께, 선생님께, 어른들께 구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남은 재판이라는 길에서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참회하고, 무엇을 얻어갈지는 잘 모르겠지만,신께서 우리 모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시길 소망합니다. 구치소, 교도소라는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우리 모두! 만난 김에 허심탄회하게 그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 시원하게 털어놓고
어릴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땐 몰랐다. 내가 교도소란 곳에 들어와 살게 될 거란 걸. 16세에 처음 비행을 저질러 가게 되었던 소년분류심사원… 한 달 동안 참 많이 울었다.이때 정신을 차리고 잘 살았어야 했다. 한 달간의 소년분류심사원 생활로 겪은 후유증도 잠시…세 달 안에 다시 죄를 지어 이번에는 구속 수감이 되었다. 소년분류심사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교도소라는 곳.불과 17세였던 나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렇게 반성을 하며 지내다 보니 판사님께서 소년부 송치라는 판결을 내려주셨고, 또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되었다. 처음이 아니었던 터라 전보다는 생활하기 수월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집에 갈 줄 알았던 나에게 판사님이 내려주신 처분은 소년부 최고 처분인 10호(소년원 2년) 처분이었다. 한 달도 힘들기만 한데, 이젠 2년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당장이라도 죽고만 싶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보자 다짐하고, 후회의 나날을 보내다 보니 사회 복귀의 시간이 찾아왔다. 내 아까운 청춘에 보답하듯 열심히 살자며 다짐을 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내 다짐은 얼마 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세 달 안에 구속이 되어 교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