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사기를 당한 뒤 피해금을 돌려받기 위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가장해 허위 신고를 한 5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9단독 전희숙 판사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4년 4월 중순 은행 고객센터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하며 특정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요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송금했는데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계좌의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A씨는 주식 투자 명목으로 사이트에 400만 원을 송금했다가 이를 돌려받지 못하자 이 같은 신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한 법무법인과 ‘환불 협의 대행’ 계약을 체결한 뒤 안내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를 가장해 계좌 지급정지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법무법인은 성공 보수로 피해금의 30%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환급 제도는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해당 계좌에 대해 즉시 지급정지가 이뤄진다.
이후 금융기관은 채권소멸 절차를 공고하고 명의인의 이의제기 여부 등에 따라 환급 여부를 결정한다. 이의가 없으면 통상 공고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나 채권이 소멸되고 피해금 환급 절차가 진행된다.
해당 제도는 신속한 피해 구제를 위한 장치지만, 허위 신고를 통해 지급정지를 유도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실제로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거래가 중단돼 상대방에게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어 이를 협상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서는 A씨가 입은 피해를 전기통신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자신의 피해 역시 보이스피싱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기통신을 이용해 자금을 이체하도록 하는 범죄를 전제로 하면서도 재화나 용역 제공을 가장한 일반 거래 형태의 사기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 명목의 사기나 이른바 리딩방, 가짜 거래소 형태의 범행은 ‘투자 서비스 제공’을 가장한 것으로 평가돼 보이스피싱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재판부 역시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경우 투자 명목 송금이라는 점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 판사는 “피고인은 주식 투자 사기를 당했다고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했다”며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허위 신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제도를 악용한 점에서 책임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사기 피해자라는 사정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