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한 여사님께… (수원구치소)

 

보고 싶은 한 여사님께…

 

안녕하세요. 더 시사법률의 열렬한 구독자입니다. 항상 신문이 발행되는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문을 받으면 서너 번 정독하는 바람에 읽을 차례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죄송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제가 제일 마지막 순번으로 읽든지 해야겠습니다.

 

7월 4일 오전 경, 저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수사관분들 세 명에게 긴급체포를 당하여 현재 OO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1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6월 29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숨을 거두신 채 하늘나라로 가신 저희 어머니, 한 여사의 발인을 끝낸 지 3일 뒤의 일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채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물론 저의 죄로 인해 고통받으신 피해자분들도 계시기에 변명이나 핑계를 댈 생각은 없으며, 저는 이곳에서 반성과 참회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진작에 멈추어야 했을 범죄였는데 현실에 눈이 멀어 이곳까지 와 버렸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저희 한 여사님의 발인을 치르고 삼우제까지 마무리한 다음 날 체포되었으니 말이죠…. 한 여사는 한평생 교편을 잡아 오신 정직하시고 청렴하신 분이셨습니다. 교직 연금이란 걸 맘 편히 써 보시지도 못하시고 매일 둘째 아들인 저에 대한 걱정과 실망만 반복하셨던 한 여사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하염없이 눈물만 나옵니다. 살아생전에 그 흔한 외식도, 가족여행도 참여하지 않았던 저…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리 가족에 대한 반항심을 갖고 엇나갔던 건지 뒤늦은 후회가 밀려옵니다.

 

충북 괴산, 어느 물 좋고 산 좋은 터에 어머니의 유골함을 직접 안장한 후 이제부터라도 하늘에 계신 한 여사님의 바람대로 가족의 소중함을 알고 정직하고 떳떳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는데, 지금은 5평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조금은 차디찬 쇠문 안에 갇혀 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한 여사님께 살아생전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본 적 없고, 어버이날 때는 뭐가 그리 부끄럽고 민망한지 가슴에 카네이션꽃 한 송이 달아주지도 못하였습니다. 불혹이라는 나이에 참으로 철딱서니 없고,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었죠. 제 앞가림도 못하고, 그저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면서 한 여사님을 등한시하고, ‘효’ 한 번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채 이곳에 있는 저 자신이 죽을 만큼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앞길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49재도 한참 지났는데 한 여사님께서 ‘그곳’에서 편히 지냈으면 합니다. 하루빨리 사회로 돌아가서 어머님부터 찾아가서 큰절부터 올리고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하늘나라에서만큼은 부디 제 걱정하지 마시고 웃는 날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제 글이 채택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난주 시사법률 구독자님처럼 제 사연을 오려 스크랩한 뒤 집에 홀로 남으신 저희 아버지께 편지에 동봉하여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 시사법률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여기까지 쓰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어머니께 글로나마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한 여사님 정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