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타임라인’ 증거 능력 인정될까…대법원 판단 주목

‘위치 기록’ 인정, 재판 실무 중요 ‘분수령’
“편집·삭제 가능성 차단돼야 신뢰 확보”

 

구글이 제공하는 위치 기반 서비스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 능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할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대법원이 이를 재판 증거로 인정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항소심에서 구글 타임라인 기록을 알리바이 증거로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 전 부원장은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 추징금 6억7000만 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달 20일 상고심 중 보석으로 석방됐다.

 

김 전 부원장 측에 따르면 검찰은 뇌물 수수의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며 유죄를 주장했으나, 구글 타임라인 기록에는 그가 해당 시각에 자택에 머물렀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를 근거로 “검찰의 기소가 허구”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글 타임라인은 GPS, 와이파이, 기지국 신호 등을 종합해 추정한 위치에 불과해 오류 가능성이 있고, 기록 수정·삭제 기능이 존재해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 단계에서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 능력은 부정됐지만, 김 전 부원장 측은 계속해서 증거 채택을 주장하고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향후 판례에서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력 인정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구글 타임라인을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밀회 의혹이 불거지자, 직접 구글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그는 의혹 시점인 2021년 3월 5일 당시 광화문 인근에 가지 않았음을 주장하며 의혹을 반박했다.

 

이 의원은 “허위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디지털 기록을 제시했다”며 구글 타임라인의 증거 가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타임라인의 기록을 법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에 있다. 법원은 증거 채택에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엄격히 요구한다. 디지털 증거의 경우 조작이나 변경 가능성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구글 타임라인처럼 편집 내역을 삭제할 수 있는 구조는 증거 채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다만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단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불신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위치 데이터가 서버에 저장됐다가 내려받는 과정에서 동일성이 유지된다는 점은 신뢰할 수 있다”고 증거 채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단이 향후 디지털 시대의 재판 실무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일정 부분 증거 능력을 인정한다면, 피고인이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길이 넓어질 수 있다.

 

법무법인 민 유정화 변호사는 더 시사법률에 “무죄 입증 증거가 희소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록은 방어권 보장에 기여할 여지가 크다”며 “구글 타임라인을 포함한 위치 기록은 제3의 공인 기관이 정밀 검증하고, 편집·삭제 가능성을 차단하는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