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에게(남부교)

 

안녕하세요. 얼마 전 ‘오크나무’ 카페에 올라온 편지가 신문에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곳에서는 더시사법률 신문을 안 보는 수형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가족들의 글을 눈여겨봤을 겁니다. 저희 방에서는 혹시 신문을 구독한 사람이 이송되거나 전방 가는 상황에 대비해 늘 2 부씩 구독합니다.

 

이번에 가족들의 편지가 실린 걸 보면서, 같은 방 형님 한 분이 울더군요. 자기 애인 글도 아닌데 말이죠. 아마도 다 같은 마음일 겁니다. 가족에게 미안하고, 그리움이 밀려오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보고 싶고….

 

저 역시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오크나무’ 카페에도 가입해 있는데, 얼마 전 그 친구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 될지 몰라, 용기 내어 편지를 써봅니다.


사랑하는 ○○○아, 오빠야.


너 면회 와서 마지막으로 “다시는 안 찾아온다” 하고 돌아섰을 때, 나도 괜히 자존심 부린다고 편지에 막말을 퍼부었지.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후회밖에 안 남더라. 여기서 너까지 없다고 생각하니, 진짜 세상 모든 걸 잃은 기분이야.

 

우리 춘천에서 바이크 타고 달리던 거 기억나지? 그날 내가 너한테 반지 주면서 “평생 잘할게”라고 말했는데… 음… 그 약속을 이렇게 말아먹을 줄은 몰랐네. 근데 진짜야. 이번엔 진짜 잘할게.

 

너 다시 만나면 매일 아침마다 커피 내려줄 거고,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찌개 끓이는 법도 배워놓을 거야. (여기선 레시피 책만 봐도 눈물이 나네. 네 생각에….)


아무튼 오빠 아직 너 좋아하고, 생각만 하면 눈물부터 나. 그러니까 삐지지 말고…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라. 오빠 진짜 이번엔 잘할 준비 다 됐다(여기서 배운 거라곤 빨래, 설거지뿐이야. 배웠으니까 이제 같이 살면서 내가 다 할게).


보고 싶다,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