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어머니께

 

To.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창살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면,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나가 걷던 그 골목,그 벤치가 떠올라요.

 

그때 어머니가 저에게 “정말 믿음직스럽게 자랐구나” 하며 미소 지으시던 모습이 아직도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과 사랑을 저는 저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어요.

 

저의 욕심과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그동안 어머니께서 흘리셨을 눈물과 밤잠을 설친 시간이 제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어요.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곳 생활은 쉽지 않지만 저는 이 시간을 저를돌아보는 시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오늘 하루는 작지만 착한 일을 하며 살아보자” 하고 다짐해요. 다른 수용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제가 그동안 얼마나 자만했는지, 얼마나 나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어머니, 다시 기회를 얻는다면 어머니의 손을꼭 잡고 싶어요.그리고 어머니께서도 건강 잘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감기 기운으로 고생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소식에 제 뺨이 뜨거워졌습니다.

 

어머니께서 아프시면 저도 마음이 아파요. 부디 무릎도, 허리도 망가뜨리지 마시고, 날마다 웃을 수 있는 날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저는 출소 후에 우리가 꼭 가보자고 이야기 나눴던 바닷가로 가고 싶어요. 바닷물 속에 어머니와 함께 발을 담그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다시 시작해보자”라고 서로 말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다립니다.

 

지금이곳에서 제가 이루는 작은 변화는 모두 그날을 위한준비입니다.마지막으로 어머니, 제가 여기 있는 동안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편지들을 수첩에 모아두었습니다. 어머니의 글씨체, 어머니의 인사말 하나하나가 제겐 등불이 되어주었어요.

 

“너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말씀이제게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어머니, 제가 돌아가는 날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 시간의 무게를 제가 다시 사랑으로 바꿔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당신의 아들, ○○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