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 노린 범죄 반복되는데… 수십억 ‘다중 가입’ 정말 가능할까

피보험자 자필서명·가족관계 확인 의무화…
보험 가입 5개월 만에 사망한 사례 다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망보험을 여러 건 가입하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되며 관심이 모아졌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와 보험사의 인수 심사 기준 상향으로 인해 과거처럼 무제한에 가까운 사망보험 중복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고액 가입자는 보험사로부터 별도의 재정 심사 및 신용 조회를 받게 된다. 특히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자필 또는 전자 서명이 필수여서, 본인 동의 없이 다수의 사망보험 계약이 체결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망보험은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규정하는 상품으로, 일정 기간 내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기보험, 사망할 때까지를 보험기간으로 하는 종신보험으로 나뉜다. 종신보험은 해약환급금과 노후 보장 기능이 있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반복되면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과거에는 사망 담보에 대한 가입 제한이 거의 없었으나 고액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이 잇따르자 2010년 이후 업계가 업계 합산 한도 기준을 도입했고, 2015년에는 저축성 보험까지 포함해 모든 사망 담보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확대했다.

 

2017년부터는 공제조합까지 합산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생명보험업계는 개별 회사 10억 원, 업계 합산 30억 원 수준으로 관리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규준에 따르면 사망 담보 합계가 30억 원을 넘을 경우 계약자·피보험자 가족관계 확인, 본인 확인 절차가 적용되며, 사망보험금 30억 원 이상 또는 계약 건수 4건 이상이면 특별 인수 심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의 인수심사 가이드라인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보험사는 인수 기준 초과 계약을 승인할 경우 그 사유를 기록하고 사기 조사 부서가 인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에 남기고 있다. 고액 가입자의 경우 소득 증빙과 신용정보 확인 절차가 필수적이어서, 과도한 담보 가입을 통한 사망보험 악용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일부 설계사가 과거 신용정보원 조회가 반영되지 않는 시점을 노려 여러 건을 동시에 가입시키는 편법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같은 방식도 사실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관리 기준이 강화된 배경에는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사건의 주요 특징’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조사된 사망보험금 청구 31건 중 피해자의 64.5%가 50대 남성이었고, 직업은 회사원·주부 등 일상적인 계층이 대부분이었다.

 

가해자는 특정한 직업이 없는 50대 이상의 가족이 대부분이었다. 가해자의 44.1%, 11.8%가 부모 등 가족이었다.

 

범행 수법은 흉기·약물 살해가 38.7%로 가장 많았고, 추락·교통사고 등 재해 사고 위장도 22.6%를 기록했다. 피해자는 평균 3.4건의 보험에 가입돼 있었으며, 가입 후 평균 5개월 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된 사망보험금은 평균 7억8000만 원 수준이었다. 가입 건수가 5건 이상인 사례도 22.6%, 최대 가입 건수는 20건에 달했다.

 

2015년 농약 연쇄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주부 A씨가 남편의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음료수에 맹독성 농약을 타서 남편을 살해한 뒤 4억5천만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사치성 소비로 보험금을 다 쓰자 재혼 후 남편을 피보험자로 종신보험에 가입시키고 음식에 농약을 넣어 살해 후 5억3천만원 보험금을 탔다가 적발됐다.

 

금감원은 금리·물가 상승 등 경제적 요인으로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 가능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운영하며 고액 사망보험 대상 보험사기 조사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과거 해외여행 중 니코틴 주입, 방화 위장, 강가 살해, 차량 추락 위장 등 유사 사건이 반복된 점도 제도 개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를 경우 자필 서명 확인이 필수이며, 타사 가입 이력까지 포함해 전체 사망 담보액을 기준으로 한도가 산정된다”며 “이미 다른 보험사에서 고액 담보가 가입돼 있으면 추가 가입 가능액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망 담보는 개별 회사 한도보다 전체 합산 한도가 핵심이며, 고액 가입 시 재정 심사 및 납입 능력 검증이 강화돼 악용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