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상고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미결수 수용자입니다. 교도소 담장 안에도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어 완연한 겨울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빠르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시간은 참 빨라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이곳에 머문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으로 보듬어야 할 딸아이가 있습니다.
일찍이 사랑했던 아내가 하늘의 별이 된 뒤, 홀로 키우며 지켜주고자 했던 딸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과 선택으로 인해 오히려 그 아이의 인생을 더 외롭고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아 무리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저의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떠올리면 지금 이렇게 숨을 쉬며 살아가는 것조차 미안하고 괴롭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지금의 저는 오로지 딸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반성 속에서 보내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 할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딸 아이의 미래입니다. 올해 수능을 치르고 곧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될 아이의 앞날이 제 잘못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두렵기만 합니다. 걱정과 미안함을 담아 여러 번 편지를 보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바라서는 안 되는 처지라는 것을 잘 알지만, 혹시라도 딸아이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여 단 한 줄만이라도… 아니, 그냥 빈 종이라도 괜찮으니 편지 한 통을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계속 써 내려가던 편지의 내용을 떠올려 봅니다. “올해 겨울은 독감이 유난히 심하다 하니 건강이 많이 걱정된다.” 그렇게 적어놓고도 끝내 용기가 없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이렇게 사연으로나마 남겨봅니다. 매일이, 그리고 모든 순간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