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탁을 받아 아동안전지킴이 면접시험 문제를 유출하고 지인의 수배 여부를 반복적으로 조회한 현직 경찰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해당 행위가 경찰관에게 부여된 직무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2단독 정종륜 부장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 범인도피,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47)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아내 B씨(45)에 대해서는 범행 가담 정도와 경위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전북의 한 경찰서에서 함께 근무하던 이들 부부는 2023년 2월 외부 유출이 금지된 아동안전지킴이 면접 질문 리스트를 사전에 지인 C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아동안전지킴이는 초등학교 주변을 순찰하며 유괴 등 아동 대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로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핵심 전제로 작용한다.
당시 형사과에서 근무하던 A씨는 C씨로부터 “장모님을 아동안전지킴이로 합격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고 여성청소년과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아내 B씨로부터 면접 질문 리스트를 건네받아 이를 C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의 장모는 이후 실제로 아동안전지킴이에 선발됐다.
A씨는 이와 별도로 같은 해 8월 가짜 석유를 유통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C씨가 도주하자 수사 진행 상황을 전달하며 도피를 도운 혐의도 받았다. 또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C씨와 또 다른 지인 D씨의 수배 여부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을 통해 여러 차례 무단으로 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먼저 아동안전지킴이 면접 질문 리스트를 외부에 전달한 행위에 대해 형법 제127조가 규정한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직무상 비밀이란 법령에 의해 명시된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으며 누설될 경우 행정의 공정성이나 국가 기능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포함한다.
면접 질문 자료는 그 자체로 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도주 중인 C씨에게 수사 상황을 전달한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151조의 범인도피죄가 인정됐다. 판례에 따르면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은닉에 한정되지 않고 수사나 재판, 형 집행 등 형사사법 작용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아울러 지인의 수배 여부를 개인적인 관계에 따라 조회한 행위는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으로 봤다. 경찰관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직무 수행과 무관하게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열람하는 경우 이는 권한 없는 열람 또는 부당한 목적에 의한 정보 이용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기존 판례 법리를 따른 것이다.
정 부장판사는 “경찰관으로서의 본분을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러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에 지장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하면서도 “20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해 왔고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출신인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은 단순한 내부 조회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사 개시, 강제처분, 신병 확보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접속 기록과 조회 목적, 열람 범위가 모두 자동으로 남아 사후 감사와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