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저수지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이른바 ‘진도 송정저수지 아내 살인 사건’이 사건 발생 21년 만에 재심 결론을 앞두게 됐다. 재심 도중 피고인이 사망하면서 이례적으로 ‘피고인 없는 궐석 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은 변론을 마무리하고 결심 절차에 들어간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2005년 9월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故) 장모 씨(사망 당시 66세)에 대한 재심 재판 변론을 오는 21일 종결할 예정이다.
장 씨는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39분쯤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 인근에서 1톤 트럭을 몰다 경고 표지판을 들이받고 저수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차량에 동승해 있던 아내 A 씨(사망 당시 45세)가 숨졌다.
장 씨는 단순 교통사고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장 씨가 아내 명의로 가입된 8억8000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05년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사건은 2020년 충남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경찰이 엉터리 현장조사, 허위공문서 작성을 하고 검찰이 혹 행위와 끼워맞추기로 수사를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리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이 사건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확정됐다. 장 씨는 이후에도 2009년과 2010년, 2013년 세 차례 재심을 청구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9월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서 사건은 다시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초기 수사 과정의 위법성과 기존 유죄 판단의 핵심 증거에 대해 중대한 의문을 재심 사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차량의 인양·견인과 감정 과정에서 영장이나 임의제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압수가 이뤄졌고,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압수조서와 ‘차량견인 협조의뢰’ 공문이 사후에 작성·소급 편철된 것으로 볼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사법경찰관들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비록 공소시효 완성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확정판결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이러한 사정을 재심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기존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였던 국과수 감정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햇빛가리개 고정대 분리로 전면 유리 이탈이 용이해졌다’는 국과수 감정을 토대로, 장 씨가 사고 직전 전면 유리를 미리 분리해 탈출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심 청구 측이 새로 제출한 법공학 감정서는 이와 정면으로 배치된 결론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재판부는 차량 압수 자체가 위법한 만큼 해당 차량에서 파생된 국과수 감정서 역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새로 제출된 감정 결과를 종합하면, 기존 확정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 씨는 재심 재판을 위해 교도소를 이감하는 과정에서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항암 치료를 받다 2024년 4월 숨졌다. 이후 재심은 피고인 없이 진행되는 궐석 재판 형태로 이어졌다.
재심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현장 검증과 증인 신문을 통해 기존 유죄 판단의 근거를 정면으로 다퉜다. 재판부는 차량 추락 경로와 지형적 요인, 사고 당시 차량 상태 등을 중심으로 현장 검증을 실시하고 수사·감정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박 변호사는 “추락한 차량에서 남편은 살아나오고 아내는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가 핵심 쟁점”이라며 “당시 법원은 이탈된 전면 유리를 통해 남편이 탈출했고, 이를 위해 사전에 유리를 조작해 놓았다고 판단했는데, 그 핵심 근거가 국과수 감정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의 자동차 감정은 물리 전공자가 진행했는데, 재심 과정에서 해당 증인은 ‘전면 유리 이탈과 관련된 감정을 해본 적이 없고, 감정 과정에서 전면 유리를 처음 뜯어봤다’고 진술했다”며 “전문성의 한계와 이를 걸러내지 못한 내부 검증 시스템 부재가 연쇄적인 오류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또 “익사 피해자에게 시행된 심폐소생술의 흔적을 남편이 물속에서 탈출을 저지하며 가한 압박 흔적으로 해석했고,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감기약 성분 역시 수면제를 먹인 것처럼 제시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속행 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녀를 포함한 증인 3명에 대한 신문을 마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고인은 재심 첫 공판을 불과 보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며 “20년 넘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텨온 만큼, 재심을 통해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