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사교양 프로그램 ‘읽다’가 2021년 서울 마포구에서 발생한 이른바 ‘홍대 동창생 감금 살인 사건’을 다시 조명했다.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안모씨는 더시사법률에 편지를 보내왔다.
박경식 PD는 “수형자들의 편지를 통해 다양한 사연을 접해왔지만 이번 사건은 처음으로 마음이 크게 흔들린 사례였다”며 “정말 억울한 사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건 기록을 여러 차례 다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1년 6월 3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피해자는 화장실에서 발견됐으며 당시 몸무게는 34kg에 불과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폐렴과 심각한 영양실조였다.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장기간 감금 상태에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화장실 변기 물통 위에는 종이컵에 담긴 물과 밥이 놓여 있었고, 피해자의 몸에서는 결박 흔적이 발견됐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오랜 기간 폭행과 감금에 노출된 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같은 집에서 생활하던 김모씨와 안모씨 등 두 명을 체포했다. 세 사람은 모두 대구 출신의 동갑내기로 김씨와 피해자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김씨와 안씨 역시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으며, 김씨가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오면서 세 사람이 함께 생활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편지에서 자신이 사건의 주도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가 오랜 기간 폭력과 갈취를 일삼았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며 “보복이 두려워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돕거나 신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거나 목을 조른 핵심 폭행은 김씨가 저질렀다”며 “일부 시점에는 집을 비운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지하철 이용 기록과 카드 결제 기록 등을 통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고도 했다.
편지와 사건 기록에는 안씨가 김씨를 두려워했던 정황이 일부 나타난다. 안씨는 김씨의 폭력적인 지배 속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았으며 일종의 가스라이팅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판사출신 정재민 변호사는 “감금된 피해자가 스스로 탈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함께 있던 사람에게는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구조할 의무가 발생한다”며 “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직접 폭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안씨의 형량 판단에 영향을 준 핵심 증거 중 하나는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이었다.
방송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안씨는 피해자에게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야, 내가 뭘 잘못 들은 거냐고. 네가 그렇게 똑바로 나한테 XX이라 고 말을 했는데 내가 뭘 잘못 들어 뭐. 말해봐”라며 위협했다.
피해자가 “미안하다”고 말하자 안씨 는 “미안이 아니라 뭔 X소리냐고 XX. 야 이 XXXX XX야 너 사람 맞아? 너 둘 중에 누구한테 맞았을 때 더 많이 아팠어? 누가 널 더 아프게 했어? 나한 테 맞은 게 더 아팠어?”라고 물었고 이 에 피해자는 “응”이라고 답했다.
서동주 변호사는 이러한 발언이 실제 폭행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대화라고 분석했다.
안씨는 이에 대해 편지에 “김씨의 말을 따라 맞장구를 친 것일 뿐이며 김씨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고 해명했다.
정재민 변호사는 “이러한 사정 역시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2심 판결문 내용도 함께 소개됐다. 판결문에는 “안씨가 사건 초기에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을 느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짜증으로 바뀌었고 이후 김씨의 폭력에 동조하게 됐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결국 두 사람이 공범 관계에서 장기간 폭행과 감금을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안씨는 편지 말미에서 “CCTV에 자신이 피해자를 챙기는 장면이 남아 있다”며 밥을 챙겨주거나 손톱을 깎아주는 영상이 재심 증거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안씨는 자신이 피해자를 도와주려 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재심이 가능한지 질문한 것이다. 그러나 정재민 변호사는 이러한 사정 역시 재심 사유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답했다.
정 변호사는 “살인의 고의는 특정 시점에 인정되면 범죄가 성립한다”며 “이후 잠시 피해자를 도와준 장면이 있었다고 해서 형사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경식 PD는 “피해자는 20여 년의 짧은 삶을 살다가 장기간 감금과 폭행 끝에 화장실에서 쓸쓸히 목숨을 잃었다”며 “안씨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전에 피해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모씨가 더시사법률에 보내온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