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3만 원 절도 사건…1심 무죄에도 검찰 항소

 

지적·정신장애가 있는 이웃의 절도 현장에서 비닐봉지를 건네줬다는 이유로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여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창훈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특수절도 혐의 사건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27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가 제주의 한 의류매장 외부 진열대에서 옷 6벌(시가 약 3만 원 상당)을 훔칠 당시 주변을 살피고,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건네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사전에 공모해 절도를 저질렀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수사 초기부터 “비닐봉지에는 B씨의 약이 들어 있었고 약봉지를 달라고 해 전달했을 뿐 절도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CCTV 영상과 피고인 및 관계자 진술, 범행 전후 정황을 종합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휴대전화 통화를 하고 있어 범행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닐봉지가 약봉지였다는 피고인의 진술도 영상 내용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공동피고인이었던 B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신경안정제 복용으로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을 뿐, A씨와의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B씨의 요구로 약봉지를 건네준 사정만으로 공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1심 판단에도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모 관계 입증이 핵심인 사건에서 추가 증거 없이 동일한 증거 구조로 항소심을 진행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첫 공판에서 “피해액이 3만 원에 불과하고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항소심까지 다툴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검찰 측에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재판을 속행했다.

 

한편 공동피고인이었던 B씨는 검찰 기소 이후 사망해, 법원은 해당 부분에 대해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