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김소영(20)의 신상 공개를 둘러싸고 법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피의자가 심의 과정에서 공개 반대 의견을 밝혔음에도 검찰이 신상 공개를 결정하면서 향후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씨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범행의 중대성과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해 공개 결정을 유지했다.
이번 심의위원회는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2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범행의 잔혹성, 피해 규모, 증거의 충분성,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개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 송치 이후 추가로 확인된 수사 내용도 공개 판단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범행 수단의 잔혹성이 법정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상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공개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송치 이후 진행된 보완 수사에서 확인된 사항까지 함께 검토해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대 남성들에게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이 섞인 음료를 건네 두 명을 숨지게 하고 한 명을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리검사 과정에서 실시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에서는 40점 만점 중 25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경찰 단계에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가 검찰이 공개한 일곱 번째 강력범으로 기록됐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 시행 이후 검찰 단계에서 신상이 공개된 사례로는 △화성 오피스텔 여자친구 살인범 김레아 △중랑구 아파트 이웃 살인범 최성우 △서산 주차장 강도살인범 김명현 △김천 오피스텔 살인범 양정렬 △살인죄 복역 후 지인 살인범 박찬성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범 장형준 등이 있다.
다만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갖는 동시에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법적 논쟁 대상이 돼 왔다.
현행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는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심의위원회는 검찰청이나 경찰관서에 설치되며 통상 7명에서 10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되고 심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 의결은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피의자가 신상 공개 결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사례도 있다. 집행정지는 행정소송법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돼야 하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경우 허용되지 않는다.
실제 법원 판단은 공공의 이익과 개인의 권리 침해를 어떻게 비교 형량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2020년 춘천지방법원은 강력범 피의자의 신상 공개 결정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수사 단계에서의 신상 공개는 무죄추정 원칙과 충돌할 수 있어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신상 공개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면 2024년 수원지방법원은 신상 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상 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동일 유형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갖는다”며 범행의 잔혹성과 피해의 중대성, 증거 자료 등을 고려할 때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판례 흐름을 두고 신상 공개 여부 판단에서 ‘증거의 충분성’과 ‘공익성’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범행의 잔혹성이나 피해 규모, 범죄 예방 필요성이 명확하게 인정되는 경우 공익성이 우선 고려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심의위원회가 피의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했는지 등 절차적 정당성 역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는 “신상 공개 제도는 국민의 알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며 “증거의 충분성, 공익성, 절차적 정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판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이 신상 공개 이전 소송 제기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날 오전 기준 김 씨가 집행정지 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씨의 구속 기간이 이날 만료되는 점을 고려해 이르면 같은 날 사건을 재판에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