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화투판이 벌어진다. 방 한켠에 모포를 깔고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다 보면 웃음과 탄식이 오가고, 딴 사람이 치킨이나 음료를 사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하지만 ‘심심풀이’로 시작한 고스톱이 형법상 도박죄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둔다.
같은 조 2항은 상습도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형법 제247조는 영리 목적으로 도박 장소를 개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도박의 개념에 대해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06도736).
여기서 ‘우연’이란 당사자가 확실히 예견하거나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일부 기술이나 경험이 작용하더라도 우연성이 조금이라도 개입하면 도박이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제는 도박과 일시오락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일시오락 여부를 판단할 때 도박의 시간과 장소, 건 재물의 가액, 가담자들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정도, 친분 관계, 이득의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헌재 2011헌마592). 단순히 판돈 액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 하급심 판결에서도 이러한 기준은 구체적으로 적용된다. 2023년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은 카페에서 약 30분간 1점당 100원씩, 총 4천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고스톱을 친 피고인 4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일행은 고스톱에서 돈을 딴 사람이 맥주와 통닭을 사기로 하고 고스톱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고스톱을 친 장소가 정기적·상습적 도박이 이뤄지기 적합한 장소라고 보기 어렵고 도박 시간 역시 비교적 짧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장소를 제공한 카페 운영자에게도 도박장소개설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2023고단205 판결).
반면 소액이라도 도박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2016년 인천지방법원은 사무실 안쪽 공간에 모여 훌라를 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임의 성격이 불분명하고 참가자들 사이에 깊은 유대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속 당시 테이블 위에 현금과 카드가 분배돼 있었고, 돈을 담는 바구니 등이 준비돼 있었다”며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기보다 도박을 하기 위한 모임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2016고단3360 판결).
두 판결은 명절 고스톱의 법적 경계를 비교적 분명하게 보여준다. 짧은 시간 동안 친지들끼리 소액으로 진행되고, 이득이 간식이나 음료 비용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라면 일시오락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장시간 반복되거나, 판돈 상한 없이 진행되거나, 낯선 사람이 섞여 있고 도박 목적이 뚜렷한 장소에서 이뤄진다면 소액이라도 도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민 박세희 변호사는 “형법이 말하는 ‘일시오락’은 단순히 금액이 적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범위의 일시적 놀이를 뜻한다”며 “명절 분위기 속 가벼운 오락이라 하더라도 그 경계를 넘는 순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