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에 적힌 문구가 명확하다면 당사자의 속내나 사전 협의 내용과 무관하게 문언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A씨가 B씨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주심은 오경미 대법관이다.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당사자의 내심 의사와 관계없이 서면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표시행위에 부여된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언의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쟁점은 매매계약서 하단 특약사항에 적힌 ‘양도소득세는 매수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문구의 해석이었다. 대법원은 해당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토지 매매로 인해 매도인에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전부를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취지로 명확하다고 봤다. 감면 대상에 해당한다는 전제를 포함한 제한적 의미로 볼 근거는 문언상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매매 당시 양도소득세 규모에 관한 사전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 등을 들어 특약의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그러나 대법
한덕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0일 후보 단일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보수 진영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김덕수, 홍덕수, 안덕수, 나덕수 그 어떤 덕수라도 되겠다”며 “단일화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는 김문수, 홍준표, 안철수, 나경원 등 당내 인사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모든 사람이 뭉쳐야 한다”며 “당 안팎의 갈등으로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승리에만 집중하겠다. 과거는 모두 잊겠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권력 의지보다 통합을 우선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그는 “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모든 권한을 쥐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개헌과 경제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당 운영은 기존 당을 위해 활동해 온 인사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 후보는 “50년 동안 섬긴 국가와 국민에게 마지막 도리를 다하고 싶다”며 “모두를 품고 함께 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의 발언
수입 물품의 명의자가 아니더라도 국내 반입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면 관세법상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해 밀수입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21억4733만원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3년간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전자상거래 소매업체를 운영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온 의류 등을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수입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개인 사용 물품이나 견본품 중 150달러 이하 물품은 수입 신고를 생략할 수 있는 규정을 이용해 총 824회에 걸쳐 원가 기준 약 13억원 상당의 물품을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물품 가격을 실제 판매가보다 낮게 신고해 관세 약 2028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인정됐다. A씨는 명의상 화주가 아니므로 관세법상 ‘수입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국내 반입 전 과정이 피고인 주도로 이뤄졌고 수취인으로 등록된 구매자들은 통관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관세법상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아
재판에서 감형을 받기 위해 사설업체로부터 ‘양형자료 세트 상품’을 구입해 법원에 제출한 음주운전 측정거부자가 결국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연경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과 공무집행방해, 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1월 3일 오전 5시 7분쯤 광주 남구 송원대 앞 도로에서 경찰의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는 차량의 기어를 운전(D)에 놔둔 채 잠이 들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찰차가 자신의 차량 앞뒤를 가로막자 중앙선을 넘어 그대로 도주했다. A씨는 자신을 추격해 붙잡으려는 경찰관에게 “한 번만 살려달라”고 외치며 격렬히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5분간 치아로 물어뜯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부상을 입혔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감형을 위한 방편으로 사설업체에서 ‘양형자료 세트 상품’을 구매해 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업체는 재판에서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각종 ‘노하우’를 상품 형태로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연경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양형자료 세트 상품을 구매하는
채무조정을 성실히 이행한 금융취약계층에게 다시 신용을 쌓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용회복위원회와 하나카드는 채무조정 성실 상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용 신용카드 발급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채무조정 절차를 12개월 이상 성실히 이행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월 100만 원 한도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제도는 하나은행이 기금을 지원하고 신용회복위원회가 보증을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카드 발급은 하나카드가 담당한다. 지원 대상은 개인회생이나 워크아웃 등 채무조정 절차를 진행 중인 사람 가운데 일정 기간 성실하게 상환을 이어온 이용자다. 이용 한도는 월 100만 원으로 제한된다. 과도한 소비를 막고, 일정 범위 내에서 신용 거래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채무조정 이용자는 카드 사용이나 대출이 제한돼 신용점수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제도는 소액 신용 거래를 통해 상환 이력을 쌓고 신용도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가 미등록 대부업이나 고금리 대출 등 이른바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는 사례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당일 지급’, ‘신용불량자 가능’ 등의 광고를 통해 접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대학 동문 등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성범죄물을 조직적으로 유포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운영 구조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익명성 뒤에 숨은 가해자를 특정하는 '디지털 증거 확보'가 향후 재판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정희선)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20대 운영자 A씨를 포함한 가담자 8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부터 약 1년 6개월간 인천 지역 대학생 등 피해자 41명의 사진을 도용해 허위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 결과 이른바 ‘지인 능욕방’은 개설자·관리자·일반 참여자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개설자가 초대 링크를 외부에 공유하면 불특정 다수가 유입되는 구조였고, 대화방 이름에는 특정 대학명과 피해자 실명을 조합한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피소’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며 참여 인원을 유지했고, 수사 회피 방법까지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급인 30대 B씨는 피해자 사진을 2500회 이상
사고를 낸 뒤 고의로 술을 더 마셔 음주 측정 결과를 왜곡하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이 오는 6월부터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음주운전 사건의 법적 판단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끝까지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의 추가 음주 행위만으로 처벌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수사와 재판의 쟁점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음주 사고 이후 추가 음주나 의약품 사용 등으로 측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별도 범죄로 규정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오는 6월 4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사고 이후 고의로 술을 더 마시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따라 처벌되는 구조다. 그러나 사고 직후 도주한 뒤 뒤늦게 검거되면서 “사고 이후에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는 경우, 운전 당시 수치를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가 반복돼 왔다. 이 경우 위드마크 공식 등을 통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더라도 추가 음주가 개입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개정법은 이러한 공백을 보완해 ‘음주측정방해행위’를 별도로 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했다. 운전 후 술에 취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시 갑)의 ‘11억원 불법 대출’ 의혹 사건 항소심이 다음 주 시작된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된 만큼 항소심 결과에 따라 의원직 유지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김종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 의원의 항소심 첫 공판을 29일 열 예정이다. 같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자 A씨(57)에 대한 항소심도 병합해 심리한다. 검찰은 양 의원 부부가 2021년 4월 장녀 명의로 받은 사업 운전자금 대출 11억원을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기존 대출 상환에 사용했다고 보는 상황이다. 아울러 대출 목적과 실제 사용처가 다르다는 점을 문제 삼아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또 양 의원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후보자 등록 당시 실제 재산보다 약 2억4100만원을 누락해 5억2082만원으로 축소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2월 1심 선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수감 중 작성한 옥중 서한을 통해 당원들에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범야권이 힘을 모아 정권교체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황현선 조국혁신당 사무총장이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확정 판결로 수감 중인 상태에서 당원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확정될 경우 이를 공동의 후보로 여기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서한에서 양당 간 정책과 비전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양당 간 정책과 비전에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그 차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정치적 선택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며 지금은 정권교체라는 목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 전 대표는 당원들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조국혁신당 당원들이 당의 이름을 내걸고 민주당 지지층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권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범야권 지지층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아울러 당이 독자
부실하게 설치된 임시제방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시공사와 발주기관 가운데 누가 먼저 책임을 지는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설치된 구조물의 관리 주체와 안전성 확보 여부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시제방은 공사 과정에서 설치되는 가설 구조물로, 통상 시공사가 설치와 관리 책임을 부담한다. 제방이 붕괴되거나 배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시공사의 공작물 책임이 우선 문제 된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점유자 또는 소유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시제방이 통상 요구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시공사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 같은 판단은 실제 재난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2023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서는 부실한 임시제방 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공사 현장 책임자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기소된 현장 책임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기존 제방을 절개한 뒤 기준에 미달하는 임시제방을 설치하면서 필요한 안전 조치를 다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