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금융사기 사건, 왜 ‘기능’이 핵심이 되는가
전기통신금융사기와 자금세탁 사건의 어려움은 범죄 구조가 이미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기망, 계좌 이동, 인출·전달, 조직적 지시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의 기능만 수행돼도 전체 범죄가 작동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죄 전모를 인식했는지보다 범행 구조 내에서 어떤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했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범죄 실행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최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주는 전통적 보이스피싱을 넘어 주식 리딩방 투자 권유, 로맨스 스캠, 가짜 투자 사이트, 메신저 피싱 등 다양한 방식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확장되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 기망 내용보다 ‘통신을 이용한 기망 및 송금 유도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자금세탁 또한 이 범죄 구조의 핵심 기능으로 보아 엄중하게 평가된다. 계좌 양도나 인출·송금 등 자금 이동을 담당한 경우, 법원은 이를 ‘범죄 완성을 위한 실질적 기능 수행’으로 판단 하고, 단순 계좌 제공만으로도 범죄 인식 가능성을 추정 하는 경우가 많다. 입출금 패턴이 비정상적이면 ‘몰랐다’ 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필요한 전략은 피고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