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유령 잔고’ 2000억 지급 사태…미반환 이용자, 형사처벌 가능할까?

가상자산 법적 지위 불명확 속 형사처벌 ‘쟁점’
전문가 “부당이득 반환 등 민사책임은 불가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대규모 비트코인이 전산 오류로 오지급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와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당국은 검사 착수와 함께 2단계 입법을 포함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빗썸은 지난 6일 ‘랜덤박스’ 이벤트 보상 입력 과정에서 단위를 ‘원’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잘못 설정해 총 62만BTC를 오지급했다.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지급해야 했지만 1인당 비트코인 2000개, 약 2000억원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전산상 잔고가 비정상 생성됐다. 빗썸은 사고 발생 약 35분 만에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다.

 

문제는 일부 당첨자가 이미 1788BTC를 매도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회수됐으나 약 125BTC가 아직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언론은 미회수 규모를 약 13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산 구조 쟁점…“실제 발행 아닌 장부상 오류”


법조계는 우선 빗썸이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있었던 전산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소가 실제 보유하지 않은 비트코인을 ‘찍어낸 것’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자산 전문 변호사들은 중앙화 거래소가 내부 전산 서버에서 잔고를 조정하는 ‘장부 거래’ 구조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어 블록체인에서 코인이 새로 발행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이 생성됐다기보다 내부 데이터베이스에만 존재하는 ‘유령 잔고’가 표시된 성격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준비금 증명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순간적인 오류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고 비정상 수량이 입력될 경우 즉시 시스템을 멈추는 ‘하드 스톱’ 등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일반 이용자 기능이 아니라 관리자 보상 기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한선이나 검증 로직이 느슨하게 적용되는 ‘취약지대’가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형사처벌 가능성은…“구성요건 입증 부담 커”


두 번째 쟁점은 오지급된 가상자산을 처분한 이용자에게 형사책임이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다.

 

법조계에서는 이용자의 처분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은 엇갈리지만, 오지급 이익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등 민사책임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2021년 12월 알 수 없는 경로로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사용한 사건에서 가상자산을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반면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건에서는 전산상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매도해 시장 혼란을 야기한 직원들이 처벌됐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관련 제도 환경이 달라진 만큼 동일한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국 현행 규율 체계상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구성요건 해당성과 고의 입증 부담이 크고, 적용 법리 자체도 다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형사 쟁점과 별개로 민사책임은 비교적 명확하다는 해석이 많다.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은 반환해야 한다는 부당이득 반환 원칙에 따라, 오지급 자산을 매도하거나 현금화해 얻은 이익은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8월 서울고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서버 오류로 발생한 잔고 회복을 둘러싸고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에서 이용자의 반환 의무를 인정했다.

 

원물 반환이 원칙인 만큼 이미 현금화하거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환한 경우 반환 범위와 가액 산정을 둘러싼 추가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원물 반환이 원칙”…규제 강화 예고


정부와 감독당국은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반환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빗썸이 이벤트 당첨금 2000원을 고지했던 점을 근거로 “부당이득 반환 대상은 명백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며 오지급 코인을 매도해 현금화한 투자자들이 “재앙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도 당시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경우, 원물 반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개별 거래소의 단순 실수가 아닌, 거래소 전반의 내부통제와 책임 구조 문제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금융감독원도 빗썸에 검사 착수를 사전 통지한 뒤 정식 검사에 돌입했다. 전산 오입력 가능 구조와 이상 징후 차단 프로세스 등 정보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을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부과와 외부 기관의 주기적 보유 현황 점검 의무화, 전산 사고 발생 시 사업자 무과실 책임 규정,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거론된다.

 

거래소 지배구조를 둘러싼 ‘50%+1주’ 논쟁과 대주주 지분율 15~20% 제한안, 특수관계인 합산 규제 등도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 현안질의를 예고했으며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과 현 빗썸 경영진이 출석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와 거래소의 신뢰 인프라 성격이 커진 현실에 비해 법적 지위와 책임 규율이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잘못 들어온 돈이 내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흥청망청 써버리면 결국 전액 반환 의무와 추가 비용 부담으로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사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자 권한을 포함한 거래소 내부통제 구조를 전면 재설계하고 비정상 잔고 생성 단계에서 자동 차단되는 기술적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