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던 고(故) 장동오씨가 사건 발생 23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핵심 증거들이 영장 없이 수집된 위법 증거에 해당하고 이를 배제하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지원장 김성흠)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장씨에 대해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사고 차량에 대한 압수·감정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2003년 사고 당시 저수지에서 인양한 차량을 공업사로 견인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으나 이 과정에서 법관의 영장을 받지 않았고 영장주의 예외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영장 없는 차량 압수는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하고, 이에 기초한 감정 결과 역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의 사고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졸음운전을 주장해 왔다”며 “도로 선형상 조향 없이도 사고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고, 졸음운전 상태에서도 일정 시간 차량을 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고 당시 시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물을 피하려다 무의식적으로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였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위 내용물에서 발견된 캡슐 형태의 약물은 피고인이 처방받은 약과 형태가 다르다”며 “피해자가 별도로 복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망 시점과 수면제 반감기를 고려하면 혈액에서 성분이 검출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이 특정한 범행 방법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탈출을 피고인이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국과수 감정에서 언급된 출혈·압박 흔적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고 일반론적인 설명에 불과해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다수 보험 가입, 부부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 범행 동기로 제시된 정황 역시 “그 자체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씨는 2003년 7월 9일 오후 8시 39분경 전남 진도군 의신면 한 교차로에서 자신이 몰던 화물차를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로 추락시켜 동승한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보험금 8억8000만원을 노린 계획적 범행이라고 판단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장씨는 검경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라고 주장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05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나 이후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2024년 재심이 개시됐다.
장씨 측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경찰과 검찰, 국과수 감정, 사법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수사와 기소 과정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은 지금이라도 이 사건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씨 부부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장씨는 재심 개시 결정 이후인 2024년 4월 형집행정지 조치를 받았으나 같은 날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사망 당시 나이 66세였다. 피고인이 사망하면 일반적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이 사건은 예외적으로 사후 재심이 허용돼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