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처음 본 여학생 살해한 10대男 황당 진술이

성탄절에 벌어진 잔혹한 범죄…10대의 일그러진 집착

더시사법률 김혜인 기자 기자 | 경남 사천에서 성탄절 당일 또래 여학생을 살해한 1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가 다른 이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경남경찰청은 지난 25일 오후 8시 50분경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또래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10대 A군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과 피해자 B양은 약 4년 전 온라인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대화 목적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는 올해 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대1 대화를 이어가며 더욱 친밀해졌다. 그러나 A군은 올해 4월경부터 B양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꼈고,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의심하며 극단적인 결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지난 4월과 9월에 인터넷과 인근 상점에서 흉기와 휘발유를 구매하는 등 수개월간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10여 일 전에는 B양에게 성탄절에 만나자고 제안하며 주소를 물어 거주지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 A군은 강원도 원주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남 사천으로 이동했다. B양에게 “줄 것이 있다”며 아파트 입구로 불러낸 후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B양은 목과 복부 등에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A군은 범행 직후 스스로를 해쳤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군은 범행 후 분신을 시도하려고 휘발유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A군은 범행 동기를 함구했지만 이어지는 조사에서 “B양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았고 나 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며 “그녀를 살해한 후 나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A군은 약 1년 전 학교를 자퇴한 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정신병력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심리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의 진술과 범행 경위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휴대전화 포렌식, 정신 건강 상태 분석 등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울산에서는 채팅 앱으로 만난 여성을 다투다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익명성과 취약점을 악용한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으며, 사회적 경각심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