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스프’ 폐기” 권리행사방해죄 성립될까? 형법 기준 따져보니

정당한 제재여도 절차 지켜야
권리행사방해 “적용 어려워”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A 씨는 “변호인 접견을 위한 소지품 검사 도중, 주머니에 있던 ‘라면 스프’를 교도관이 임의로 꺼내 폐기했다”며 “명확한 설명도 없이 ‘빨리 들어가’라 는 말만 반복해 모욕감까지 들었다” 고 토로했다.

 

A 씨는 당시 주머니에 사탕 20개와 ‘라면 스프’ 1개를 넣은 상태로 1차 검신을 받았고, 해당 계장은 이를 별다 른 제지 없이 통과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1층 변호인 접견실 앞 2차 검신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담당 부장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지만, 뒤따르던 교도관이 ‘라면 스프’만 따로 꺼내 폐기했다는 것이다.

 

A 씨는 “사탕은 괜찮고 ‘라면 스프’ 는 왜 안 되냐고 물었지만, 교도관은 대답도 없이 ‘들어가’만 반복했다”며 “해당 스프는 자비로 구입한 정식 식품인데, 왜 폐기되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해당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 하지 않느냐”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이 가능한지도 물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수용자는 법무부장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수용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닐 수 있다.

 

또한 제92조는 금지물품을 마약류, 전자기기, 현금, 음란물 등으로 제한하고 있어 ‘라면 스프’가 명시된 바는 없다. 그러나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 는 “스프는 가루 형태의 물질로, 내부에 마약·담배 가루 등이 섞일 우려가 있다고 교정 당국이 판단할 수 있다” 며 “이 경우 음식물일지라도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용자가 어떤 물품을 지니고 있다가 폐기될 경 우, 형집행법 제93조에 따라 사전 고지 및 처리 방법 안내가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A 씨는 “내 돈으로 산 ‘라면 스프’를 폐기당한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고, 권리 행사를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스프가 가루 형태라는 특성상 교정시설이 금지품으로 판단 할 수 있어 정당한 행정처분으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형법상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323조)는 강제력이나 위계 등으로 타인의 권리 행사를 막는 경우에 성립 하며, 일반적인 교도 행정이나 물품 검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 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민사소송에 서 상대방이 증거 제출을 방해하거나, 고의로 문서를 폐기한 경우에는 성립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건은 단 순 행정 처리로, 권리행사방해죄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변호사는 A 씨에게 “억울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향후 가석방이나 처우 개선 등에서 교도관 과의 관계가 중요하니 원만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