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스프 폐기', 권리행사방해죄 성립될까? 형법 기준 따져보니

정당한 제재여도 절차 지켜야
권리행사방해 “적용 어려워”

 

교도관이 검신 중에 주머니에 든 라면 스프를 꺼내서 폐기했다면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할까.

 

10일 <더시사법률>이 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변호인 접견을 위한 소지품 검사 도중에 주머니에 넣어둔 라면 스프를 교도관이 임의로 꺼내 폐기하는 일을 겪었다. 이에 “명확한 설명도 없이 이루어진 일이라 모욕감까지 들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당시 주머니에 사탕 20개와 라면 스프 1개를 넣은 상태로 1차 검신을 받았고, 해당 계장은 이를 별다른 제지 없이 통과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1층 변호인 접견실 앞 2차 검신에서 상황이 달라졌다. 담당 부장은 아무 말 없이 지나갔지만, 뒤따르던 교도관이 라면 스프만 따로 꺼내 폐기했다는 것이다.

 

A씨는 “사탕은 괜찮고 라면 스프는 왜 안 되냐고 물었지만, 교도관은 대답도 없이 ‘들어가’만 반복했다”며 “해당 스프는 자비로 구입한 정식 식품인데, 왜 폐기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해당 행위가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 하지 않느냐”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가능한지도 물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르면, 수용자는 법무부장관이 정한 범위 내에서 수용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지닐 수 있다. 또한 제92조는 금지물품을 마약류, 전자기기, 현금, 음란물 등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여기에 ‘라면 스프’가 포함된다고 명시된 바는 따로 없다.

 

그러나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스프는 가루 형태의 물질로, 내부에 마약·담배 가루 등이 섞일 우려가 있다고 교정당국이 판단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음식물일지라도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한 정당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용자가 어떤 물품을 지니고 있다가 폐기될 경우, 형집행법 제93조에 따라 사전 고지 및 처리 방법 안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형법상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323조)는 강제력이나 위계 등으로 타인의 권리 행사를 막는 경우에 성립하며, 일반적인 교도행정이나 물품 검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민사소송에서 상대방이 증거 제출을 방해하거나, 고의로 문서를 폐기한 경우에는 해당 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건은 단순 행정 처리로, 권리행사방해죄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변호사는 A씨에게 “억울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향후 가석방이나 처우 개선 등에서 교도관과의 관계가 중요하니 원만히 해결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