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도피 끝 송환, 102억 사기 시행사 대표 중형

캐나다 체류 기간 공소시효 중단 인정
장기간 도피 후 복귀..중형 선고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사용하겠다며 102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건설 시행사 대표가 국내로 강제 송환돼 범행 20년 만에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11일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102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건설 시행사 대표 정모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보석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2005년 또는 2006년 무렵에 범행을 저질렀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피해자가 정 씨를 출국 직후 고소했고, 정 씨가 캐나다 출국 이후 입국하지 않다가 범죄인도절차를 통해서야 강제 송환된 사실, 가족들은 캐나다 출국 이후에도 수시로 국내에 입국했으나 정 씨는 입국하지 않은 점, 특히 캐나다 출국 전 피해자에게 사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의 시인서를 교부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공소시효는 캐나다에 출국해 있는 기간 동안 중단됐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배척했다.

 

또한 정 씨가 사기와 편취의 고의,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두고는 “당시 정 씨가 피해자에게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위험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 점에 비춰 미필적으로라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사업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실대로 알리지 않고 기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기 범행 시인서가 협박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협박받은 직후라도 다툴 수 있었는데 다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 사기 범행으로 인한 산술적 피해액은 명목 금액만으로도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보이며, 현재 환산할 경우 피해액은 더 많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대부분의 재산을 잃고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씨는 15년가량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국외에 체류하다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강제 송환됐다”며 “법원은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변론 종결 이후에도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믿고 선고기일을 수차례 연기했지만, 피해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금액이 변제된 점과 피해자가 고수익만 보고 사업 경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형사사건은 범죄 발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처벌이 어려워지지만, 피고인이 해외로 도피하며 재판을 회피한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중단된다”며 “이번 사건 역시 피고인이 해외 체류 기간 동안 입국하지 않고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서야 송환된 점이 법원에서 공소시효 중단 사유로 인정된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해자가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실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실을 고의로 숨기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망한 점이 명백하다”며 “이런 기망 행위가 사기죄 성립의 핵심이기 때문에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씨는 2005년 캐나다 밴쿠버 신축 아파트 사업에 투자한 자금으로 사용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여 102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2008년 다른 사건 재판 중 해외로 도피한 뒤 피해자 고소로 수사가 시작됐으며, 이후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국내로 송환됐다.